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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랑

by 이혜연
늙은 사랑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두고

정갈하게 반찬을 차려놓고

사과와 바나나를 믹서기에 갈아

그의 손 가장자리에 놓았다


아직은 이른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의 수고로운 자리에

마주 앉아

오늘 뉴스를 이야기하고

날씨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구레나룻에 앉은 하얀 머리칼에 눈길이 머물렀다


문득, 그래도 여전히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예쁜 그의 코를 칭찬해 주었다


당신은 참 예뻐


"갈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


출근하는 신랑과 아침 밥상 앞에서 마주 앉아 오늘의 뉴스를 검색하다가 배우 한지민 씨가 잔나비 최종훈 씨와 연인사이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연예인엔 전혀 관심이 없는 신랑에게 한지민은 배우이고 최종훈은 내가 즐겨 듣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는 것부터 설명해 주었다. 한지민과 최종훈은 10살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10살 연하와 연애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실없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다 문득 10살 연하라고 해봐야 40살이 넘었다면 그냥 자기랑 살아야겠다고 말하며 당신은 10살 연하랑 연애하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거짓말 못하고 융통성 없는 신랑 왈. "몇 살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이라든지 성격이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아주 아주 재미없는 대답이 나왔다. 그런 남편에게 "그래. 그래서 당신은 오직 나 밖에, 나여야만 하는 거구만!"이라고 말했더니 눈을 껌뻑이며 한숨을 쉬더니 힘없이 "맞아"라고 체념하듯 말했다.


이제 그만 받아들일 때도 됐는데 아직도 뻔한 답을 놓고 고민을 하는 당신이 새삼 우습고 귀여워서 오십이 넘은 그에게, 십 년 이상 살을 맞대고 살아온 당신에게 "자기 코는 여전히 잘 생겼어."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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