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비 오는 풍경이 좋아서 창 넓은 카페에서 그림을 그렸다. 홀로 집중하다 눈이 시리으면 거리를 내다봤다. 색색의 옷차림과 노랑, 빨강, 검은색 우산들. 태풍이 예고된 있어선지 오래간만에 바람이 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이런 평안한 시간을 즐긴 날은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온전히 내 시간을 충만하게 채웠다는 느낌이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게 거리 풍경을 지켜보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꽈배기와 도넛을 사서 마중을 나갔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아이들 중 내 새끼들에게서 나는 달고 단 향내가 바람에 실려왔다. 재잘거리는 8살 중에서 우리 아이의 맑고 투명한 노랫소리 같은 말소리가 정확히 들린다. 그런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면 달콤한 꿀통 속에서 푹 절여진 듯 달고 달디 단 행복이 느껴지곤 한다.이 비 끝으로 가을이 오면 아이들도 그만큼 자라 있겠지. 그러니 오늘, 아이 몸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에 코를 더 바짝 대고 콧구멍을 크게 벌려 향을 맡아야지. 꿀벌이 꿀을 모으듯 아이의 향을 가슴깊이 저장해 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