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저 햇살이 두렵지 않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고 끝없는 불평과 원망을 해봐도 꼼짝도 하지 않던 그의 존재는 가볍고 선선한 바람에 바스락거리며 흩어지고 있다. 미동도 없던 계절의 시계침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체된 구름들이 울며 꽁무니를 빼더니 드디어 가을이 들어설 자리가 만들어졌나 보다.
파란 하늘이, 하얀 구름이 싱그럽다. 제 한 몸 가늘길 없이 무겁던 구름과 잔뜩 열을 내던 세상이 선선하고 산뜻하게 길을 내어주고 있다. 계속 가라고. 스스로를 믿으며 가볍고 충만하게 앞으로 나아가도 괜찮다고, 오고 가는 작은 바람들이 속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