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날이 좋은 오늘, 오래간만에 잠실 쪽으로 일을 보러 갔다가 벤치에 앉아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호수 위로 빛나는 윤슬보다 시원해진 바람 뒤로 반짝이는 나뭇잎들의 노래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날이다. 누구보다 먼저 아침을 여는 까닭에 바뀌어버린 온도를 조금 더 일찍 느낄 수 있었다. 숲 깊은 곳에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만나듯 아직 깨지 않은 빌딩숲을 가로지르는 청량한 초가을바람이 느껴진다. 아직 낮에는 매미소리가 들리지만 밤엔 제법 구성진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곤 한다. 가을이다. 고대하고 기다리고 그리워하다 원망하며 애태웠던 가을이 왔다.아름다운 소식들이 빨간 우체통 안으로 쏟아지길 기도하게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