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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31. 2024

깊이깊이 어루만지는

깊이깊이 어루만지는

메마르고 뒤틀린 

마른바람에도 풀썩 주저앉을 것 같은 

오늘 위에 서 있을지라도 


내일이라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들어 올린 손끝만큼이나 간절하게 

깊이 더 깊이 온마음을 다해 

땅속의 물길을 찾아내 뿌리를 내야 한다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으며

타는 듯한 갈증에도 

헛된 물 한 모금에 자신을 팔지 않으며 


그렇게 긴긴밤을 지나 

다시 해가 떴을 때

더 높이 성장한 모습으로 지상에 남아있기를. 



씨를 뿌리고 한주 쉬었다 가본 텃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있었습니다. 온갖 잡풀이 어른 허리만큼 자라 누가 봐도 땅주인의 게으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모습으로 볼성사납게 남겨져있었습니다. 가지런한 옆 밭들 가운데 있으니 더 보잘것 없는 밭이 되버린 기분입니다. 아직 더위가 꺾이지 않았을 때 너무 이른 파종을 했는지 심어둔 상추와 시금치, 아욱은 싹도 내어보지 못한 채 땅에 잡아먹혀 버렸지요. 더위를 피해 걸음을 쫓아 텃밭에 갔다가 어둠이 깔려서야 가까스로 텃밭을 정돈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땅과 닮았다고 하던데 지금 가꾸고 보살피지 않은 마음이 오늘 잡풀로 뒤덮인 내 마음과 닮아서 씁쓸했습니다. 밭의 어지러운 풀들은 뿌리를 뽑을 수 있는데 내 마음의 거친 생각들은 실체가 없이 뿌리만 깊습니다. 바오바브 나무는 물기가 없는 곳에서도 시간을 공들여 물 쪽으로 뿌리를 내어 더 단단하게 땅 위에 설 수 있다고 하던데 내 마음은 어디로 뿌리를 둬야 오늘, 다시 또 오늘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것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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