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고 한주 쉬었다 가본 텃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있었습니다. 온갖 잡풀이 어른 허리만큼 자라 누가 봐도 땅주인의 게으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모습으로 볼성사납게 남겨져있었습니다. 가지런한 옆 밭들 가운데 있으니 더 보잘것 없는 밭이 되버린 기분입니다. 아직 더위가 꺾이지 않았을 때 너무 이른 파종을 했는지 심어둔 상추와 시금치, 아욱은 싹도 내어보지 못한 채 땅에 잡아먹혀 버렸지요. 더위를 피해 걸음을 쫓아 텃밭에 갔다가 어둠이 깔려서야 가까스로 텃밭을 정돈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땅과 닮았다고 하던데 지금 가꾸고 보살피지 않은 마음이 오늘 잡풀로 뒤덮인 내 마음과 닮아서 씁쓸했습니다. 밭의 어지러운 풀들은 뿌리를 뽑을 수 있는데 내 마음의 거친 생각들은 실체가 없이 뿌리만 깊습니다. 바오바브 나무는 물기가 없는 곳에서도 시간을 공들여 물 쪽으로 뿌리를 내어 더 단단하게 땅 위에 설 수 있다고 하던데 내 마음은 어디로 뿌리를 둬야 오늘, 다시 또 오늘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것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