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힌 새벽길이 꽤 길었었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놀림이 무거워 뒤척이는 날들 속에서, 산다는 것이 가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여름은 길고도 습했으며 무겁고도 뜨거웠다. 영영 가지 않을 것처럼, 살을 지져대는 형벌처럼, 하루에 하루를 더해가더니 때가 되니 한순간 모양새를 바꾸며 가을이 되었다.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걷지 않아도 될 여정을 걸으며 버텨온 기분이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모든 길은 내게서부터 시작되고 나에게 와서 마침표를 찍으며 이어져있었다. 고민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시간들, 혼자 뒤쳐저 암울했던 고갯길들, 올라선 듯했지만 다시 걸어야 하는 길들 과 넘어서야 할 고갯마루들을 확인한 것뿐이었던 작은 언덕에서의 좌절들이 모두 어제의 일들이 되었다. 내일이 오면 또 다른 고민과 앞선 이들의 뒷모습을 확인하는 일들을 할 수도 있고 다시 큰 산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오늘 한걸음 걸었으니 내일도 그 걸음만큼 성장해 가리라 믿는다. 그러다 보면 가을을 지나 평온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 그렇게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