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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03. 2024

푸른 식탁이 있는 방

푸른 식탁이 있는 방

함께 하는 날들 동안

우린 몇 번의 아침을 맞이하고

얼마나 많은 긴긴밤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보내게 될까


아침이면 그날의 처음 햇살을 들이고

저녁이면 붉게 붉어진 눈자욱을 감추며

긴 그림자로 들어와

온기가 남은 푸른 식탁에 앉아

서로의 오늘을 이야기하겠지


그렇더라도

그렇게 오랜 날을 보내더라도

우린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작은 섬처럼

홀로 깊은 밤을 유영하며 살아가겠지


끌어안은 체온 같은 파도가

밤을 철썩이며

작은 섬을 내내 위로하겠지



가끔 산다는 것은 눈빛을 주고받는 것, 서로의 체온을 옮기며 차가워진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커다란 집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들로 따뜻하게 채워진 곳에서 하루를 쉴 수 있는 것이 살아가는 일들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뜨거운 여름엔 귀찮고 버겁던 이들의 온도가 쌀쌀해진 가을 새벽녘엔 그리움 가득한 따뜻함이 된 것처럼, 그렇게 사람이, 사랑이 그리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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