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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17. 2022

향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바람이 분다

향기가

차오른다


네가 있는 곳에서부터

흐드러지게 피어난

너의 미소가

들려온다


비에 쓰러졌던 날들도

바람에 꺾였던 날들도

지나고 보니

그냥

여느  하루였다


그렇게

고단한 하루들을 보내온

너에게서

진한 삶의 향기가

불어온다


어느새 황금색으로 가득 찼던 들녘이 흙바닥을 드러낸 채

비어갑니다. 언제 저곳에서 일용할 양식이 나오나... 

조바심을 낼 때도 그곳에서는 열심히 열매 맺을 준비를 했던가 봅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나의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둘째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가면서 과연 6살, 둘째의 부끄러움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뭘까? 낯을 가리니 사람을 대하는 게 부끄러울까?

아니면 다른 것이 있을까?


"오늘 부끄러운 거에 대해 이야기했어?"

"응!"

"오~ 윤우도 부끄러운 거 있어?"

"응, 있어."

"정말? 뭔데??"

"응... 나는 잠자리가 부끄러워."

잠. 자. 리????

"날아다니는 그 잠자리?"

"응"

아..... 모르겠다. 갑자기 왜?

"잠자리가 왜 부끄러워?"

"날갯짓하면서 나를 간지럽히니까, 나는 잠자리가 부끄러워."

이래서 하느님은 아이가 되어야 천국 문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하셨나 보다.


차창밖으로 스쳐가는 모든 것들이 눈이 부십니다.

가끔 낙엽들도 함께 가자며 창을 두드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진정 함께 할 때는 가을 길을 같이 걸을 때,  바스락거리는 그의 언어를 내가 주의 깊게  들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가 되는 느낌입니다. 갑자기 싸늘한 온기에 옷의 농도를 맞추기 어렵지만, 누군가의 손만 잠시 잡아도 금방 그의  온기가 온몸을 데워주는 듯한 느낌이 좋은 날이 요즘인 것 같아요. 아이의 말이 저를 간지럽히는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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