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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19. 2022

소소한 행복

작아서 더 소중한

소소한 행복

어지러운 넝쿨 줄기

툭 잘라


유리병에

새 물을 채워

꽂아두었다


무심히

오고 가던 중에도

잔뿌리 내고

스르르

녹을 것 같은

연초록

새 잎사귀도 내어놓았다


삐죽빼죽

어질러진 내 생각들도

툭 잘라내

맑은 물에 담가 두면

잎을 내주면

좋으련만




마당 한편에 심어둔 아이비와 화분에 어지럽게 뻗쳐진 스킨답서스를 꺾어다 유리병에 물을 담아 꽂아두었다.

덩굴 식물들은 어떻게 줄기에서도 뿌리를 내는 걸까.

꺾인 자리는 아물고 줄기 사이로 하얀 잔뿌리를 내놓으며 새로운 객체가 된다.

내가 쓸모없다 생각했던 생각들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열쇠가 될 수도 있으련만 생각만 있고 실행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어지럽게 여기저기로 뻗치기만 할 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제도 그림, 오늘도 그림.

반복되는 일들을 잠을 쪼개면서 하고 있는데 신랑은 툭하면 결실 없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한다며 타박이다.

나름 그림도 팔리고 전시해주겠다는 제안에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는 나와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나는 나대로 또다른 이유로 가슴을 졸인다. 

그림을 그릴 때, 좀 더 나만의 스타일로 그려보고 싶은 욕심이 크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장미꽃이 그만의 장미였던 것처럼..

나도 내그림을 보면 한눈에 나인것을 느낄 수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자다가도 내일은 이런이런 그림을 이렇게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잠이 확 달아나 어서 새벽이 오길 기다릴 때도 있다. 그러니 스무 살 가슴 뛰는 연애를 하듯 지금 나는 그림과 밀당을 하며 속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어지러운 생각 한 자락 탁 꽂아두면 알아서 뿌리를 내려서 나무가 돼주면 좋으련만..

오늘도 뒤척뒤척 밤이 어지러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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