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집 뒤편은 초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제법 큰 공원이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하면 서울 한복판 치고 꽤 넓은 공터를 제공해준다. 공터가 있다는 건 하늘도 그만큼의 면적을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나는 어슬렁거리며 혼자서 하늘도 봤다가 나뭇잎이 변하는 모양도 살핀다. 그러다 중간중간 그네를 밀어달라. 잡기 놀이를 해달라, 쟤가 나를 밀었다..라는 자질 구래 하지만 중요한 민원을 처리한다.
왁자지껄한 속에서도 혼자 즐기는 시간을 틈틈이 마련하다 보니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에 있는 것들도 분리수거가 된다. 내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면서 비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번잡하고 어수선한 가운데 자리, 하늘이 들어올 수 있게, 바람이 노닐다 갈 수 있게 비워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