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은 물론 잡티하나 없는 하얀 구름도 가을을 여실히 보여주는 날입니다. 청량한 햇살에 색색의 단풍들도 말끔히 옷을 입고 무도회장에 입장하는 아름다운 아가씨들 같은 모습으로 산책길을 수놓고 있습니다.바람 끝에 향긋한 모과향이 걸릴 것 같은 은행나무 길도 노랗게 노랗게 익어가고 있지요. 어쩐지 가을은 누군가가 마냥 그리워집니다. 대상이 있기보다는 그리운 마음이 더 앞서 마음이 아늑하게 물들어 갑니다.
발끝에 흩어지는 낙엽들도 저마다의 사연으로 아쉽고 애타는 것들이 있겠지요. 그렇기에 저렇게 빨갛고 노란 감정들이 새어 나와 보는 것만으로도 애타게 하나 봅니다. 가을입니다. 몹시도 그리워질 그런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