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혜연 Oct 22. 2022

환희

족두리꽃의 춤

환희


길가 

낡은 담벼락 

무심한 행인들 향해

길게 목빼고

웃음짓는 

족두리꽃


무거웠던 

어제

지쳤던

오늘

알수 없음으로 

두려운 

미래에도


커다란 웃음 

한 번으로

툭툭 털고 

하늘 위로

날아갈 것만 같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병실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었다. 

처녀적 썸타던 오빠가 있었다는 것, 홍수로 시누이집에 얹혀살던 뒷방이 무너져내려 복구비를 받았는데 그 돈을 형님네에게 드려 집도 절도 없이 아이들 손을 이끌고 외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으로 이사온 이야기. 

할머니와 시누이들의 시집살이를 들으며 엄마의 지나온 시간들이 어찌 그리 험난했는지 맘이 아팠었다.

그러던 중 알게된 사실 하나. 

엄마가 족두리꽃을 좋아한다는 것.


어렸을 때 우물가에 족두리 꽃이 피어있었는데 여느 시골꽃들과 다르게 뭔가 고급스러운 자태가 나도 참 좋았었다. 

엄마는 마당에도 부추며 오이등을 심으셨기 때문에 꽃을 좀 심자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셨다. 

식구많은 집에 모퉁이 땅 한쪽이라도 아까우셨었던 것 같다. 

그나마 대문쪽, 담벼락밑에 봉숭아와 채송화가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당연히 그런 꽃들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었다. 


고등학교때부터 혼자 자취하던 나는 어린 시절의 엄마를 가슴에 깊이 각인시키고 그리워했기 때문에 다 자라서 다시 만나게 된 엄마는 가끔 낯선 느낌이였다. 엄마의 힘든 시간 속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는 어떤 모습이였을지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엄마는 언제나 조용히 웃음으로 밤이면 나를 토닥이며 재우셨었다. 그런 엄마의 미소가 가을 족두리 꽃에서도 느껴졌다. 


작가의 이전글 불꽃 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