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우물가에 족두리 꽃이 피어있었는데 여느 시골꽃들과 다르게 뭔가 고급스러운 자태가 나도 참 좋았었다.
엄마는 마당에도 부추며 오이등을 심으셨기 때문에 꽃을 좀 심자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셨다.
식구많은 집에 모퉁이 땅 한쪽이라도 아까우셨었던 것 같다.
그나마 대문쪽, 담벼락밑에 봉숭아와 채송화가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당연히 그런 꽃들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었다.
고등학교때부터 혼자 자취하던 나는 어린 시절의 엄마를 가슴에 깊이 각인시키고 그리워했기 때문에 다 자라서 다시 만나게 된 엄마는 가끔 낯선 느낌이였다. 엄마의 힘든 시간 속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는 어떤 모습이였을지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엄마는 언제나 조용히 웃음으로 밤이면 나를 토닥이며 재우셨었다. 그런 엄마의 미소가 가을 족두리 꽃에서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