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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23. 2022

동심

내 마음속 아이에게

동심


마음에 작은 아이

이리저리 

바쁘다


하늘만큼 즐거웠다가

금세 

무너질 듯

주저앉는다


어느 날은 

손 잡고 

바람을 타고 날다가


흐린 날은 

짐처럼 

무겁게 따라온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가만히 

토닥이면 

환하게 

미소 짓는 


내 안에서 함께 하는

아이



어제는 아이들과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 다녀왔어요.

한 몸에서 나왔는데도 첫째와 둘째는 성향이 다르답니다.

완벽한 걸 좋아하고 꼼꼼한 성격의 첫째와 실수가 많고 애교가 많은 둘째는

노는 모습도 잠자는 모양도 제각각입니다. 

항상 음식을 흘리고 물건을 엎지르는 우리 둘째는 엄마인 제 성향을 많이 닮았어요.

그러니 따지고 보면 둘째가 실수할 때 가장 할 말이 없는 건 제가 아닐까요?


어제 둘째는 물을 엎지르고 옷을 질질 끌고 다녔으며 길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보고 서두르다가 넘어져서 울었어요. 첫 번째 실수, 두 번째 실수.. 하면서 세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귤을 까서 실수로 떨어트리고선 엉엉 우는데 갑자기 화가 올라왔습니다.


"이제 그만 먹어. 자꾸 그렇게 실수하니까 더 이상 못줘."

"으앙.."

"너 오늘 몇 번이나 떨어뜨렸는지 알아?"

 씩씩대며 아이에게 화를 내고 얼굴을 한껏 찌푸렸습니다. 

잠시 차 안은 정적이 흘렀고 이내 풀 죽은 둘째의 한마디.

"엄마! 엄마는 어른이니까 실수 안 하지?"


아!! 이런....

아이의 질문에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아니, 엄마도 실수 많이 해."

"엄마는 어른인데?"

"맞아. 엄마는 어른인데도 아직도 실수해."

"그런데 엄마는 안 흘리잖아."

"아냐. 엄마는 오늘 아침에도 바닥에 흘렸어."

"엄마는 안 흘리는 것 같은데."

"미안해. 엄마도 계속 흘리고 실수하면서 너한테 소리쳤어. 엄마가 잘못했어."

그제야 아이의 풀 죽은 목소리가 환하게 맑아져 왔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실수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이제 여섯 살인 둘째에게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 맨날 실수만 하는 아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겨준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요.

그럴 때는 아이의 실수보다 엄마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의 사과는 전광석화보다 빠르게 했죠. 

성숙하지 못한 어른은 이렇게나 가볍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앞으로는 진중하게 말을 좀 더 아껴야겠는 다짐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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