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김장이 축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담장 너머 누구네집 식구들 모두 모여 함께 김치를 담그는 모습만으로도 괜스레 샘이 날 때가 있습니다. 구심점을 하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형제는 모두 각자의 계획대로 살아갈 뿐 함께 모여 어떤 것들을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장은 친구네 어머니댁에서 잔치처럼 해냈습니다. 친구와 여동생 친구들, 친구의 작은 집까지 모두 모여 밥도 먹고 갖가지 재료에 함께 속을 채워 놓고 마당에 줄지어 각 집으로 가야 할 김치 부대를 보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부모님이 안 계시면 언제든 고아가 된다는 말이 이런 축제의 날들에 항상 떠오르는 걸 보면 아직 철이 들기는 멀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