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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끝난 그곳에서

by 이혜연
추수 끝난 그 곳에서

국립휴양림으로 오는 동안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들을 지나치게 됩니다. 모든 걸 내어주고 빈 가슴으로 늙은 살갗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 앞에 퍼석한 가을 논이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바삭거리는 낙엽들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건조하게 울어대는 가을이 긴 잠을 위해 고요히 눈을 감습니다. 돌아가야 할 곳으로, 애썼다 토닥여주는 거대한 땅의 여신의 품 안에서 메마르고 지친 땅들의 고요한 겨울잠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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