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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27. 2022

가을, 사과

그냥 그때

가을, 사과


어느 날

깊은 땅 속에서

사과를

잡아끌었다


나무에 있던 사과는

하늘이

툭 하고

떨어뜨렸다고

원망했다


한순간

안식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안간힘을 쓰며

대롱대롱

매달렸던 때가

더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근 날들 속에

단지

그때가 왔을 뿐

잡아당긴 것도

밀어낸 것도 아니었다



요즘은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꽃비가  내립니다.

빨갛고 노란빛들이 후드득 떨어지면 못내 아쉬우면서도 순간순간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매번 오는 계절인데도 새롭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같은 거리, 같은 장소인데도 작년과 어제가 다르고 오늘과 내일도 다를 것입니다. 항상 변화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해내야지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 49년간의 시간과 확연히 다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글을 매일 쓰기 시작했죠.

다가오는 풍경 하나하나에 의미를 새기고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상의 반복에 어떤 걸 하나 추가한다는 것은 하루라는 시간을 24시간이 아닌 12시간처럼 쪼개서 써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오후 5시에 백설기 만드는 체험행사에 참여하기로 해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점심도 못 먹고 그림을 그리다 빠듯하게 행사에 참석했죠. 그리고 나선 오후 6시 30분까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또 씨름을 하자는 아이들과 져주는 씨름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들 때까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줍니다. 예전엔 이쯤에서 아이들과 자버렸는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부터는 그 시간에 잠들 수 없습니다. 


이렇게 빠듯하게 꾸려지는 하루가 점점 더 의미 있어지고 행복한 일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물론 매번 창작의 고통 속에서 헤매긴 하지만 그 또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무궁화 작가님이 그림이 맘에 드신다고 인테리어를 했을 때의 모습으로 작업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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