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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29. 2022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가을이 진 자리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가을이 진 자리

빈 가지 위로

맑은 하늘만 

남았다


꿈이 잠드는 시간

당신의 말이

당신의 시선이

머물던 곳에서

겨울이 오면


떨어진 것들을

감싸는 

포근한 위로가 쌓이고

바람은 아프게

낡은 껍질을 

벗겨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긴 침묵


그 시간이 

지나고 오는

새로운 것들은

어제보다 더

아름답기를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석촌호수에 다녀왔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호수의 낙엽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아침 산책을 했는데 오묘한 빨강과 노랑의 향연이 감동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오늘부터 루미나리에 축제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일부러 나갔습니다. 

하얀 불빛들이 밤을 너무나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조명이 벚나무의 색을 모두 통일시켜버리니 오전에 보았던 정취가 느껴지지 않아 못내 아쉽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 때 위로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이 힘들 때 가만히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앉아 공감해주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너무 많은 말과 과한 위로의 행동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오늘 밤 호수의 불빛들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조용한 시골길 띄엄띄엄 새겨져 있는 가로수길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어두운 것도 아닌 그렇다고 너무 환하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서로를 바라보며 길을 걸을 수 있는 그런 가을밤의 정취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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