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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작은 저녁

by 이혜연
작디작은 저녁

나라를 쥐고 흔드는 사람들로 근래 모든 뉴스는 검은색 천지가 되어버렸다. 색을 잃고 퇴색해 버린 정의와 갈 곳 잃은 구호들이 초라해진 낙엽들이 뒹굴듯 거리를 흘러 다닌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그림을 그리고, 아픈 아이들을 돌보고, 새로운 수업에 아이들을 참여시킨 후 가족을 위해 생의 전투 속에서 고군분투했을 신랑을 위해 저녁을 차린다.


경계를 세우고, 고집을 부리고, 침묵으로 무시하는 그런 대문 밖 세상에서는 이 소소한 저녁이 하찮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안하무인처럼 때 묻은 발길로 골목골목을 짓밟고 지나갈 수 있는 건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 사람의 행복은, 준비하고, 기다리고, 따뜻하게 불을 밝히는 이 작디작은 저녁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만든 공룡알 피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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