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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된 겨울인 것처럼

by 이혜연
이제 막 시작된 겨울인 것처럼

사람들이 만들어온 편리들은 때로 계절의 순한에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뜨거워진 지구는 여름이 너무 길고 더워졌고,

겨울은 한동안 오지 않은채 12월을 넘겼다.

뒤늦게 잠이 깬 눈요정은 미뤄둔 채무를 갚든 요즘 시시때때로

하얀 눈꽃송이를 뿌려댄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는 동안 갇혀있던 문을 열고 청소를 하는데

거리가 포근한 솜이불에 덮여있었다.

여전히 나리는 작은 눈송이들이 소리마저 감싸 안아서인지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없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하얀 위로가 오는 정오.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따뜻한 처마밑에서 가슴을 녹이고 있다.

포근히 안아주는 작은 손길이 차갑지 않다.

이 눈들이 녹아 마른 겨울자리에 물길을 만들고 숨구멍을 만들어

이른 계절, 향긋한 꽃을 피워내리라.

그렇게. 또 새로운 날들은 시작될 것이고,

겨울딸기처럼 달콤하게 오늘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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