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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Oct 31. 2022

오늘, 당신은

깊이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

발자국 소리도 없이

울먹이는 떨림도 없이

바람이 부는 줄도

몰랐는데


고개를 숙이고 걷는

길 위로

노란 은행잎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돌아가는 건가


무심히

쏟아져 내린

지난 시간들


아프다는 말도

슬프다는 푸념도 없이

가야 할 곳으로

황금 길을 만들며

흩어져간다


그 위로

일상의 바쁜 걸음들이

짓누르고

지나간다


나는 잠깐

멈추어 서서

떨어진 낙엽 하나

가슴에 안고

꼬옥

안아주었다


다음에 보자






결혼해서 좋은 점은 늘 나를 꼭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 10주년을 맞이한 가을.

여전히 우리는 서로를 안고 잔다.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서로의 가시를 가장 무디게 만드는 게 서로를 가슴 깊이 안아주는 게 아닐까.

가끔 팔이 저리다고 하면서도 습관 때문인지 항상 팔베개를 해준다. 

자기가 부산 남자 중에 얼마나 부드러운, 예외적인 사람인지 강조를 하면서 서울말을 어색하게 쓰는 부산 사투리로 강조하고 강조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부산 남자 중에서가 아니라 남자 중에서도 아주 여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을. 

나쁜 기사를 보면 목소리 자체가  변하는 사람. 

화가 나도 한번 침을 꼴깍 삼키며 몇 초를 쉴 수 있는 사람. 


키 162의 거인. 

(애들이 아빠 키는 안 닮아야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감사하다는 말을 매일 밤 서로에게 건네며 잔다. 

오늘은, 오늘로 마지막이니까.

아껴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는 마음껏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아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그렇게 차가워지는 계절을 준비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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