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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이걸 보렴.

by 이혜연
아이야, 이걸 보렴.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 아!! 콩 심은 곳엔 콩이 나는 거구나. 팥을 심었는데 콩이 날리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어쩌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큰 아이에게서 보이는 신랑의 모습, 둘째에게서 보이는 내 모습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반성하게 된다.


요즘 방학이라 아이들 밥을 챙기느라 그야말로 돌밥돌밥(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 하고 있다.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해주고 있어서 오늘 메뉴를 물어보니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했다. 우유와 치즈, 새우, 베이컨을 넣고 크림 스파게티를 해주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큰 애가 질문이 있다며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10살 아이의 비밀이야기란 게 뻔해서 놀이터에서 누구랑 싸웠거나, 말다툼했을 때 얘기겠거니 하며 말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얼마 전 포켓몬 영상을 보면서 악당 고양이가 "불쌍한 내 인생~~"하며 날아가던 모습을 따라 하는 걸 혼냈던 이야기를 하며 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지 물었다. 그리고 인생이 무슨 말이냐며 덧붙여 묻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초등 방학 점심 식사 시간에 논해야 한다니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말은 에너지이자 힘이고 주문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인생이란 것의 의미를 엄마의 시선을 담아 초등학생이 이해할 정도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무심코 하는 말들이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된다는 주의도 함께 주었다. 예부터 아이들 앞에서는 숭늉도 조심해서 마시라는 말이 있듯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내 뒷모습을 보며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어 항상 몸가짐을 살펴보려 애쓰고 있는데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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