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한참일 때는 저 강철 같은 차가운 빛들이 환하게 깨어나 따스하게 나를 안아주는 봄이 온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계절은 항상 돌고, 사람의 만남과 인연도 그 시기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아주 낯선 비밀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네오에게 오라클이 사탕을 건네면서 나누는 대화는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이미 사탕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거라면 "나는 어떻게 선택하죠?"라는 질문을 할 때 오라클은 이렇게 말한다. "넌 선택을 하러 온 게 아니란다. 선택은 이미 했지. 선택한 이유를 알아야 해."
계절이 변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만 매번 돌아오는 봄이 이 생에서 항상 같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찾아야 할 생이 주는 봄의 의미를, 긴 겨울 끝에 항상 봄이 오는 이유를 각자의 길에 맞게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