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화장은 세상밖으로 나갈 무기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단단히 무장할 수 있는 갑옷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빛나야 하고 아름다워야 하며 스치듯 남기는 향기가 더없이 달콤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된다. 결혼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다 보면 어느새 밖에서 입는 옷과 실내복, 2벌을 가지고 교복처럼 살아지기도 한다. 그나마도 귀찮으면 실내복 위에 온몸을 덮는 두꺼운 외투로 게으름을 숨겼고 세수 안 한 민낯으로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양손에 보석 같은 아이들 손을 잡고 씩씩하게 나아가곤 했다. 나 역시 10년을 꽃이 피지 않는 초록잎 식물처럼 편하고 활동하기 좋은 옷들로 세상이란 담을 오르는 담쟁이 식물처럼 악착같이 매달려 살았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법 자기들만의 활동영역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서서히 부모와 보내는 시간보다 또래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서 조금씩 내 안의 꽃을 다시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늘어난 주름과 흐려진 안색이 보기 싫어 이것저것 검색을 하며 해사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툭 불거진 중년의 뱃살도 매일 운동을 통해 조금씩 코어근육에 힘을 키우고 있고 날다람쥐처럼 늘어진 팔뚝살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오직 엄마로 살아왔던 시간에서 다시 여자로 돌아오고 싶은 3월, 긴 침묵의 시간이 더해져 원숙한 향기가 나는 꽃으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