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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 Oct 23. 2023

우리집 로봇청소기

너무 스마트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튼튼해.

  저는 집안일을 안 하고 쌓아두었다가 가끔 몰아서 하는 것을 좋아해요. 오늘은 오랜만에 청소를 했어요.


  청소를 할 때 저와 환상의 짝을 이루는 친구가 있어요. 다들 댁에 하나씩 갖고 계실 것 같은 로봇청소기인데요. 오늘도 우리는 함께 청소를 했어요. 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저는 바쁘게 로봇청소기의 진행 방향에 있는 장애물들을 치웠어요. 선풍기도 옮기고, 책은 책장에, 필라테스 공은 잠시 동안 소파 위에, 그리고 평소에 절대 청소를 돕지 않고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인간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밀어버렸죠.

     

  그리고 여기는 간접 조명을 쓰니까 키가 큰 스탠드들도 조심조심 다 옮겨줘야 해요. 그리고 로봇청소기가 가지 못하는 구석에 있는 먼지는 손으로 싹싹 모아다가 잘 빨아들일 수 있도록 청소기 앞에 놓아요. 또 잘 아실 거예요. 로봇청소기가 매달고 다니는 손바닥만 한 물걸레요. 더러운 걸레를 밀고 다니면 바닥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5분에 한 번씩은 걸레를 빨아서 교체해줘야 합니다. 우리 집에는 전용 걸레가 두 개 밖에 없어서 부지런히 빨아야 해요. 사실 로봇청소기를 쓰면 몸이 좀 편해야 될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로봇청소기를 쓰니까 정말 좋아요. 혹시 아직 안 갖고 계시면 꼭 들이세요.      


  제가 바람 부는 날 게양된 태극기처럼 머리카락을 펄럭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인상을 쓰더니 그거 안 쓰고 그냥 청소하는 게 낫지 않겠어? 뭐 이런 소리를 하더군요.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저는 외롭게 자라서 마음 맞는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누구나 선호하는 일처리 방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뿐인가요? 제가 이렇게 로봇청소기의 수발을 들다가 지쳐서 동작이 느려지면 정말 귀신처럼 이 기계도 충전이 필요하다고 삑삑거려요. 지금도 로봇청소기는 충전기에 꽂혀있고 저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잖아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니까 청소를 마친 거실 탁자 밑에 과자 가루가 흩어져 있었어요. 이 기계와 제가 환상의 짝꿍이라는 말은 청소를 환상적으로 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네요.     


  저는 이 로봇청소기를 제 아들처럼 생각해요. 가끔은 정말 소름 끼치게 말을 안 듣거든요. 잡아당기고 발로 차서 방향을 바꿔놓아도 꼭 전선줄 모아놓은 곳에 가서 선들을 씹어서 끌고 다니고, 빨아들이라고 앞에 먼지를 모아놓으면 옆면에 붙은 더듬이처럼 생긴 솔로 사방 천지에 다 흩어버려요. 청소가 필요한 더러운 곳 앞에 놓으면 꼭 후진을 해서 다른 곳으로 멀리멀리 가버립니다.     


 참, 달수씨도 이 로봇청소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어요. 뱅글뱅글 돌아가는 더듬이를 앞발로 잡아채려고 지치지도 않고 청소기를 따라다니고 나중에는 약이 오르는지 이빨로 물어뜯고 싶어서 야단법석을 떨어요.   

  

그래서 결론은 우리 모두는 로봇청소기를 아주 좋아하며, 스마트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것이 우리 집이 깨끗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실 거라 믿어요.  

로봇청소기를 못 갖고 놀게 하니까  삐친 달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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