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 마중

아이와 함께하는 설레는 산책길

by 알로

오늘은 어쩐 일인지 개산책을 나가기가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남편이 퇴근하고 먹을 만둣국을 끓여두고서 저녁 여덟 시가 다 되어서야 산책을 나갔습니다. 남편에게 집에 오면 그걸 먹으라고 전화를 했더니 회식이라 늦게 온다고 했습니다. 980g 왕만두 한 봉지를 다 끓였는데 그걸 어쩌나 한숨이 나왔습니다. 불어서 맛이 덜하겠지만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달수씨는 바닥에 코를 바짝 대고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면서 자신이 관리 감독하는 구역을 면밀히 조사하였습니다. 요새 달수씨는 호수 산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꼭 지하철역 근처까지 가보고 싶어합니다. 그 길로 가게 되면 달수씨는 우리가 다니는 동물병원에 들러 불 꺼진 유리문을 두드리며 수의사 선생님께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음식점 냄새도 맡고 음식물 쓰레기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차가 다니는 곳으로 산책을 하게 되면 신경 쓸 것이 많아서 조금 피곤합니다.


한 시간 반 가량이 지나서 달수씨가 이제 집에 가자고 저를 잡아끌었습니다. 그때 큰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작은아이에게 할 말이 있으니 바꿔달라고 하더군요. 지금 나도 외출했다고 말하면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달수씨를 데리고 아이 마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는 이제 산책이 끝났으니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버티는 중형견을 질질 끌고 전철역으로 향했습니다. 골목으로 접어드는 입구에서 기다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큰아이가 나타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줄 알았으면 마중을 나오지 말 걸 그랬습니다. 달수씨는 큰아이를 알아보자 신발을 물어뜯고 흥분을 주체 못하고 뛰어올라 날아차기를 하였습니다. 아이 옷이 더러워졌습니다. 달수씨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제지했더니 저에게도 뛰어올라서 날아차기를 하였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가 자전거를 끌 테니까 네가 개끈을 잡아.


저는 두 손으로 자전거를 끌면서 앞장서서 걸었습니다. 달수씨는 기분이 좋아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좌로 갔다 우로 갔다 가면서 앞으로 가지 못하게 끊임없이 방해를 했습니다. 게다가 달수씨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저에게 신나게 다가왔다가 문득 바퀴가 무서워져서 도망갔다가 하는 통에 저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습니다.


아, 진짜! 으이구, 정신 좀 차려라. 집에 좀 가자.


큰아이가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달수씨한테 한 얘기라고 했더니 아...라고 말했습니다. 차가 와서 인도로 올라와서 돌아보니 아이가 달수씨에게 질질 끌려 이미 걸어왔던 길로 급하게 돌아가는 뒷모습이 살짝 보였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렸더니 다시 둘이 급하게 뛰어왔습니다.


달수씨가 나 찾으러 갔던 거지?

응, 그런 것 같아.


달수씨는 다시 반갑다고 뛰어오르면서 저에게 날아차기를 하였습니다. 손도 시렵고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개가 참 말썽이었습니다.


원래 개는 후각이 발달한 동물이라 분실물이랑 실종자도 찾아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니? 나는 계속 여기에 서 있었는데 왜 돌아간 거야?


어찌어찌 집에 와서 자전거를 묶어두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작은아이가 찹찹 소리를 내며 만둣국을 먹고 있었습니다. 손을 씻고 큰아이한테도 만둣국을 덜어주었습니다. 다 먹고 그릇을 또 내밀었습니다. 달수씨도 자기 간식 접시 옆에서 기대에 찬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셋이 식사를 마치고 떠난 후 냄비를 열어봤더니 만두가 두 개 남아 있었습니다. 이제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이 두 개를 먹을 테지요.


내일 아침에는 뭘 먹나 고민하면서 근무조 점심 도시락으로 가져가려고 고구마를 구웠습니다. 고구마를 다 굽자마자 셋이 또 나타나서 두세 개씩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무엇이든 식탁에 올려놓기만 하면 금세 사라져버리는 마법 같은 일이 저희 집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신비롭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세상을 향해 고른 윗니를 과시하고 있는, 건치 달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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