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사람이나 우리 집에 사는 녀석들은 참 말을 안 듣는구나!
달수씨는 가을 내내 강아지놀이터에 가서 놀았습니다. 달수씨도 다른 강아지처럼 산책 가자는 말을 좋아하는데 저 말고 다른 가족이 하면 켄넬로 도망갑니다. 만만한 아줌마랑 가야 자기 마음대로 쏘다닐 수가 있으니까요.
달수씨, 산책 갈까?
이렇게 말하면 벌써 알아듣고 귀가 쫑긋해서 얼른 나갈 채비를 마칩니다. 달수씨는 까칠해서 우리 마음대로 그 녀석에게 뽀뽀를 할 수가 없어요, 귀찮아하면서 불같이 화룰 낼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산책을 나가기 전에는 아주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강아지 끈을 가져와서 일단 왼쪽 얼굴에 한 번, 오른쪽 다리를 집어넣고 목덜미에 한 번, 왼쪽 다리를 집어넣은 후 달수씨 조그만 머리통에 쪼-옥 소리를 내면서 뽀뽀를 합니다. 가끔 사랑이 지나쳐서 달수씨가 목 졸리는 소리를 내면서 기침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외출을 앞두고는 화를 안 내니 참 다행입니다.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간식도 얻어먹는데 요새 식탐이 더 심해져서 엊그제 놀이터에서 강아지들에게 고구마 간식을 나누어주시는 언니에게 앞발 두 개를 올리고 보채서 그 언니의 비명이 놀이터를 뒤흔들었습니다. 발톱이 뾰족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다 보니 그렇게 앞발을 올렸을 때 더 아픈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의 가방을 뒤지는 양아치 달수씨도 부족해서 조폭 우두머리처럼 호랑이 발톱 달수씨로 불리게 되겠지요.
사실 놀이터에서는 규정상 간식을 주면 안 됩니다. 개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교실에서도 그렇듯이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혹은 꼭 딴짓하다가 못 얻어먹고 나중에 와서 섭섭해하는 강아지가 생기는 등 소외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저도 달수씨가 간식을 못 먹어도 좋으니까 그저 남의 다리를 할퀴거나 하지 않고 다른 강아지 엉덩이 냄새나 맡고 어슬렁거리다 집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엊그제는 달수씨가 사냥을 하는 사자처럼 납작 엎드려 숨어 있다가 산책하러 온 누렁이에게 갑자기 뛰어서 달려들어 그 친구를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가 앙앙하고 짖는 동안 제가 보호자 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 성격도 좋으셔라 싱글싱글 웃으면서 괜찮다고만 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강아지도 뒤끝이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뒤끝이 얼마나 심한지 달수씨를 볼 때마다 처음과 똑같은 강도로 신경질을 냈습니다.
달수씨와 눈만 마주쳐도 화를 내서 기가 푹 죽은 우리 강아지를 보면서 저는 "너도 이번 일로 뭔가 배우는 게 있겠지, 그렇게 하면 다른 개들이 싫어한다니까" 하면서 궁둥이를 툭툭 두드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개가 가자마자 다음 개한테도 또 납작 엎드려 숨어 있다가 뛰어 덤비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나 개나 참 안 변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우리 집에 사는 것들은 어쩌면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달수씨가 이렇게 강아지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 저한테 와서 격려 차원에서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툭툭 쳐주었는데 손에 물기가 흥건하게 묻어났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덥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아고,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고 놀았구나, 오늘 밤에는 꿀잠 자겠네.
이왕 달수씨를 잡은 김에 머리통에 뽀뽀까지 하고 보내줬는데 잠시 뒤에 어딘가에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게 보였습니다. 저게 뭐야? 쳐다보니 대형견을 분리하는 철조망에 큰 진돗개가 한쪽 다리를 들고 서서 소형견 놀이터를 향하여 솰솰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있었습니다. 그리로 즐겁게 뛰어가는 달수씨를 보면서 어우야! 하고 소리치면서 입술을 닦아냈지만 이미 한 발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