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 『틀어짐을 다시 꿰매는 일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by 운조


수선이란

헤어진 천만 꿰매는 일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을 다잡고,

삶의 주름을 펴는 일이다.

그 위에 바늘을 꿰는 내 손끝에서

기도가 지나간다.

그 기도가 닿는 자리마다—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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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드레스의 지퍼를 교체했다.

겉으로는 단순한 수선 같지만, 인비저블 지퍼—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지퍼는

그 이름처럼 숨어있으면서도 가장 까다롭고 민감한 부위다.

눈에 띄지 않아야 할수록, 더 정밀해야 한다.

보이지 않아야 하니까, 그만큼 더 예뻐야 한다.


그날 드레스는 유독 실크 주름이 많았다.

어깨에서 흘러내린 주름이 허리선을 따라 감기고,

치맛자락에 걸쳐 부드럽게 퍼져 있었다.

그 위에 지퍼를 단다는 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에 바늘을 대는 일처럼

섬세하고, 조심스럽고, 동시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작업대를 정리하고, 노루발을 오른쪽으로 바꾸고,

바늘 땀 수를 조정하고, 지퍼를 스팀다리미로 한 번 곧게 다렸다.

이 첫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지퍼의 결이 살아 있어야

실크 위에 얹혔을 때

더 자연스럽고, 더 부드럽게 박힌다.


왼쪽, 오른쪽.

노루발을 바꾸며 천과의 균형을 맞춘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지퍼는 비뚤게 박히고

그 미묘한 어긋남이

드레스 전체의 조화를 망가뜨린다.


지퍼를 달면서, 나는 문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떠올렸다.

조금만 밀려도 틀어지고,

단 한 번의 어긋남이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

그걸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 땀 한 땀, 처음부터 다시 꿰매야 한다.


작업을 끝낸 후, 나는

‘지퍼 이지’—양초처럼 생긴 왁스를 지퍼에 조심스레 발랐다.

스르륵, 소리 없이 열리고 닫히는 그 감촉은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 같았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이 드레스를 입는 사람이

오늘만큼은 무겁지 않기를.

한 끼 식사를 천천히 씹고,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며칠 전엔, 실크 드레스를 들고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왔었다.

손녀는 허리를 아주 날씬하게 줄여달라고 했다.

하지만 실크는 솔직한 천이다.

조금만 힘을 주면,

천은 곧장 몸의 윤곽을 따라가고

땡긴 허리에서 밀린 살은

어디선가 꼭 삐죽이 튀어나온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예뻐요.

허리를 더 줄이면 오히려 다른 부분이 울 수 있어요.”

하지만 손녀는 거듭 고집했고

나는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허리를 줄였다.


작업을 마치고, 그녀가 드레스를 받아가는 순간

나는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지금 모습도 예쁜데

왜 그렇게 자신을 밀어붙이는 걸까.

그 뒷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기도했다.


“부디, 이번에는 만족하길.

지금의 너도 충분히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주길.”


다른 날, 어떤 남성 손님이

신사복 바지를 들고 들어왔다.

“다른 곳에서 수선했는데 바지가 짝짝이예요.”

그가 펼쳐 보인 바지는

왼쪽과 오른쪽 길이가 미세하게 달랐다.


그건 더 어려운 작업이다.

처음부터 새로 하는 것보다,

틀어진 걸 다시 고치는 게 더 까다롭다.

이미 지나간 바늘 자국을 되짚고,

천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일은

작은 실수를 크게 감싸 안아야만 가능하다.


그 일을 하며, 나는 글을 고치는 일을 떠올렸다.

어딘가 흐름이 어긋난 문장을 붙들고

앞뒤를 고치고, 문장의 결을 다듬는 일.

바로 그 느낌이었다.

틀린 것을 바로잡는 데에는

경험과 인내, 그리고 애정이 필요하다.


손님은 고쳐진 바지를 입고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딱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한 마디가

온종일 내 허리를 바르게 세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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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은, 결국 기다림이다.

그리고 조금씩 다시 맞춰가는 마음이다.

맨 처음, 맨땅에 헤딩하듯 바늘을 잡았던 내가

지금은 천을 만지는 순간

그 결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경험은, 시간과 시행착오로 만들어졌다.

과제물을 계속 다듬다 보면 글이 나아지는 것처럼

바지를 수선하고 드레스를 고치며

나는 천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워나갔다.


‘틀어진 것을 다시 꿰맨다.’

그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바늘 끝에서 지나가는 기도가

삶의 한 자락을 어루만져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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