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양으로 다가오는 이별들

오래된 온도를 떠나보내는 일에 대하여

by 운조



삶은 때때로 예고 없이 같은 모양의 이별을 다시 데려온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그 마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오래된 차마저 마지막을 고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차는 그냥 물건일 뿐이잖아요.”

그러나 어떤 물건은,

그 안에 우리가 지나온 계절들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기에

쉽게 놓아줄 수 없다.

이 글은

한 번 떠난 온도가 다시 떠나갈 때,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고 다시 놓아지는지를

기록한 작은 일기이자 조용한 고백이다.


퇴근길이었다.

차창 너머로 불빛들이 길게 흔들리는 사이,

뒤에서 짧고 무거운 충격음이 몸 전체를 울렸다.

뒤차가 우리 차를 들이받았고,

우리는 그대로 앞차의 범퍼를 밀어냈다.

순간의 충격은 잦았지만

마음의 떨림은 오래도록 남았다.

서로의 면허증을 찍고,

부서진 범퍼 위로 손가락을 조심스레 올려보며

우리는 “괜찮아요”라는 말로

오히려 서로를 다독이는 듯했다.

각자의 방향으로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

내 차 안의 공기가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았다.

몸에 익은 핸들의 감촉,

창문에 스치는 바람의 소리,

라디오의 말투까지 그대로인데

그날의 차는 이상하게

조금 더 외로워 보였다.

다음날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수리비가 차량 가치보다 높습니다.

폐차를 권합니다.”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나는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차는 단순히 오래된 차가 아니었다.

내가 운전면허를 준비하던 시절의 두려움,

새벽 출근길의 어둠,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던 시간들—

그 모든 계절이 이 차 안에 묻혀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준 건

단순한 ‘정’이 아니라

삶의 일부였다.

지붕처럼 나를 덮어주고,

길 위에서 나를 믿어준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 보내라”는 말은

얼마 전 떠나보낸 반려견 바나나를 떠올리게 했다.

바나나가 남기고 간 빈자리가 아직 마음 한편을 시리게 하는데,

이번엔 이 차마저

조용히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어떤 이별은 대상이 달라도

마음에 남기는 모양은 서로 닮아 있는 듯했다.

새 차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마치 새 가족을 맞이하는 일처럼

결정이 쉽지 않았다.

핸들을 잡아보며 묻곤 했다.

“이 차와 나는 어떤 계절을 건너게 될까?”

“바나나는 이 좌석 위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엉뚱한 질문 같지만

이별 뒤의 선택은 늘

미래를 묻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별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데려온다는 것을.

바나나를 보낸 자리에도

언젠가 다른 온기가 들어올 것이고,

이 오래된 차를 대신할 새 차와도

어느 날 문득 자연스레 마음이 이어질 것이다.

오늘의 마음은 파란만장이지만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모든 상실은 시간을 품고 다시 피어나고,

모든 이별은 결국

다음 이야기를 데리고 오기 때문이다.

어디든 끝이 있는 자리에는

반드시 새로운 온기가 스며들 자리가 남는다.

그동안 함께 살다 떠나간

버터,밀크 ,판다,바나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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