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문장이 만든 울림

by 운조

웸블리에서 시작된 마음의 떨림



밴드 단톡방에 조용히 링크 하나가 올라왔다.

“이 버전 꼭 들어보세요. 진짜 소름입니다.”

누군가의 짧은 추천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는 평소처럼 영상을 눌렀고, 이어폰을 귀에 끼웠다.

그날 내 마음이 오래 잠들어 있던 어떤 문장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화면 안에는 웸블리 스타디움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7만 명의 관중이 파도처럼 흔들리고,키스 스콧의 기타 전주가 잔잔하게 울리자 브라이언 아담스는 조용히 첫 소절을 시작했다.

노래가 채 반도 흐르지 않은 순간, 관중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Baby, you're all that I want.”


수만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한 줄을 부르는 장면에서

나는 이상할 만큼 큰 떨림을 느꼈다.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어떤 말은 그 자체로 삶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누군가를 전부라고 고백했거나,

누군가에게 전부였던 적이 있거나,

혹은 그 말을 듣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그 문장이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 박힌다.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가장 솔직한 순간은

거창한 말이나 화려한 표현이 아니다.

바로 이런 단단하고 단순한 고백이다.

“너는 내가 원하는 전부야.”

이 말의 무게는 날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날은 설레고, 어떤 날은 아프고,

어떤 날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웨일리의 관중들은 그 한 줄에

자기 자신의 여러 계절을 담아 외치고 있었다.

청춘의 한 시절, 서로에게 전부였던 사랑.

시간 속으로 흩어져버린 사람들.

아직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얼굴.

모든 기억과 희망이 하나의 문장 속에 내려앉아

거대한 호흡이 되었다.


브라이언 아담스가 조용히 다음 구절을 이어갈 때,

관중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노래는 점점 개인의 감정에서 집단의 감동으로 확장되었다.

그 순간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한 줄의 문장 아래 모아놓는 힘이 되었다.


나는 그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수만 명의 사람들은 서로를 모른다.

각자의 삶, 각자의 날씨, 각자의 슬픔과 기쁨을 가진 채

우연히 같은 날 웸블리라는 공간에 모였을 뿐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같은 문장을 외칠 수 있을까.

아마 우리가 가진 감정의 뿌리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어떤 순간에는 누구의 품에라도 잠시 기대고 싶은 마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한 감정이

바로 그 가사 속에 들어 있었다.


브라이언 아담스가 마이크를 살짝 관중에게 넘기듯 물러난 순간,

웸블리 전체가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다.


“We’re in heaven.”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설명하기는 어려운 말.

언제 우리는 천국에 있다고 느낄까.

그 답은 대단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순간에 있다.

누군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순간,

손끝이 닿아 세상이 잠시 멈추던 순간,

아무도 내 편이 아니라고 느낀 날,

문득 누군가가 조용히 건넨 말,

“괜찮아. 내가 있잖아.”

그런 순간 우리는 마음 속 작은 천국을 느낀다.


단톡방에서 시작된 영상 하나가

내 마음 속 오래 묵은 감정의 서랍을 열어젖혔다.

살다 보면 문득 멈추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이 말을 건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떤 문장 하나, 어떤 멜로디 하나가

우리 마음을 정확하게 찌른다.


그날 내게는 두 문장이 그랬다.

과거의 사람을 떠올리게 했고,

나를 견디게 해준 순간을 끌어올렸으며,

또 다른 미래에 대한 소망까지 조용히 깨웠다.


나는 그날의 떼창을 떠올리며

내 마음 한쪽 깊이 새겨진 감정을 다시 느꼈다.

사랑, 상실, 설렘, 회상, 그리고 희망.

모두 한순간의 두 문장 안에 들어 있었다.


큰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긴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두 문장만으로 충분했다.


“Baby, you're all that I want.”

“We’re in heaven.”


우리는 이 두 문장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의 고백,

어떤 사람에게는 현재의 사랑,

어떤 사람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따뜻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웸블리에서 일어난 기적이다.

노래가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한순간 서로를 향해 열렸기 때문에 만들어진 기적이다.


나는 이제 안다.

한 노래가 오래 남는 이유는

멜로디가 아니라,

그 노래를 들었던 ‘그 순간의 나’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그 두 문장을 떠올린다.

조용히 마음속에서 따라 부른다.


“We’re in heaven.”

그 말이 어느 날에는 위로가 되고,

또 어느 날에는 작은 약속이 되며,

다시 살아갈 힘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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