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가 떠난 날
10월 24일,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우리 집 두 번째 골든리트리버, 바나나 —
우리는 다정하게 나나라 불렀다.
병원에서는 장파열이라고 했다.
암이 장기에 번졌고, 살 가망이 없다고 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울며 나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그 아이는 조용히 숨을 멈췄다.
주사를 맞기 전이었다.
마치 “괜찮아요, 이제 그만 울어요.”
그런 말이라도 남기려는 듯,
나나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잠들었다.
우리의 반려견 이야기는 버터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골든리트리버, 듬직한 수컷이었다.
황금빛 털은 햇살에 반짝였고, 눈빛은 똑똑했다.
“앉아, 손, 기다려.”
버터는 언제나 명령을 정확히 따랐다.
하지만 여덟 살 무렵, 림프암이 찾아왔다.
그 거대한 몸이 고통으로 떨릴 때,
우리는 그저 그 곁을 지켜볼 뿐이었다.
마지막 순간, 버터는 아들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그날 이후, 집 안의 공기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버터의 빈자리를 메운 건,
두 번째 골든리트리버 나나였다.
버터를 닮은 부드러운 눈,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
무릎에 얼굴을 묻는 버릇이 있었고,
늘 가족 곁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나나는 며느리와 함께 가게에 출퇴근했다.
손님들이 들어서면 꼬리를 흔들며 반겼고,
낯선 이에게도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가게의 문턱은 나나에게 세상의 놀이터였다.
단골 손님들은 나나를 가족처럼 여겼다.
누군가는 간식을 챙겨왔고,
누군가는 “나나야, 잘 있었니?” 하며 꼭 안아주었다.
그 아이 덕분에 가게는 언제나 따뜻했다.
손님이 써 온 손편지
손님들이 가져온 꽃다발과 카드들
며칠 전, 나나가 떠난 뒤
가게 문 앞에는 꽃다발이 놓였다.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찾아와
“그 아이 참 예뻤어요.”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군가는 보랏빛 카네이션을,
누군가는 노란 알스트로메리아를 들고 왔다.
햇살 아래서 반짝이던 꽃잎들이
나나의 미소 같았다.
그리고 어떤 손님은
하얀 카드 한 장을 건넸다.
Dogs come into our lives,
Leave paw prints on our hearts,
And we are forever changed.
“강아지들은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마음에 발자국을 남기고,
우리를 영원히 바꿔놓는다.”
카드 아래에는 작은 발자국들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그 끝에는, 꼬리를 흔드는 검은 개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눈물이 천천히 떨어졌다.
짧은 생이었지만,
나나는 참 잘 산 삶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었고,
사랑받았고,
마지막까지 마음속 따뜻함을 남겼다.
이제 남은 건 세 번째 골든리트리버, 루나뿐이다.
아직은 장난꾸러기라 신발을 물어뜯고
양말을 숨기기도 하지만,
그 눈빛에는 버터의 지혜와 나나의 다정함이 깃들어 있다.
루나를 볼 때마다
하늘의 나나가 속삭이는 것 같다.
“이제 내 몫의 사랑은 루나에게 부탁해요.”
반려견의 생은 인간보다 짧지만,
그들의 사랑은 우리의 생보다 오래 남는다.
버터와 나나, 그리고 루나 —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마음 한켠에 따뜻한 햇살이 비친다.
사랑은 결국,
이별을 이기는 힘이라는 걸.
그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리움은 여전히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