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사랑 ― 초콜릿이 녹는 시간에

가면을 벗은 마음의 온도

by 운조



할로윈이 가까이 오자, 대형마트의 통로마다 초콜릿이 산처럼 쌓였다.

호박 장식이 빛나는 사이사이로 금빛 포장지들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초콜릿 상자를 들고 서로의 장바구니를 부딪치며 웃었다.

“이건 내가 먹을 거야!”

“이건 선생님 줄 거야!”

그 작은 손들이 들고 있는 초콜릿마다 달콤한 이유가 달랐다.

아이들에게 초콜릿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었다.

그 달콤한 마음이 어른이 되면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뿐,

사람들은 여전히 초콜릿을 통해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넨다.

그 달콤함 속에는, 어쩐지 씁쓸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마치 웃는 가면 뒤에 감춰둔 마음의 온도처럼.


며칠 전 본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가 떠올랐다.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마다, 사람의 마음이 녹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세상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여인과,

사람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남자.

그들은 서로의 불안 속에서 사랑을 배웠다.

익명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익명성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그들의 초콜릿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불안한 모양 그대로 따뜻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건, 결국 조금씩 녹아내릴 준비를 하는 일이 아닐까.

가면이 완전히 벗겨지는 순간은 거의 오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아주 천천히, 자신을 드러내며 산다.

한쪽 귀퉁이가 녹은 초콜릿처럼, 형태를 잃는 대신 향을 남긴다.

그 향이 바로 사람의 진심일지도 모른다.


문학 속에서도 초콜릿은 늘 사랑의 은유였다.

영화 *〈초콜릿〉*에서는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한 조각의 달콤함이 인간의 마음을 녹였고,

보들레르는 『악의 꽃』에서

“감각 속의 쾌락은 언제나 고통의 그림자를 가진다”고 썼다.

달콤함은 언제나 고통의 반대편에 서 있다.

초콜릿이 녹듯, 사랑도 조금씩 자신을 잃어야 향을 낸다.


나는 초콜릿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포장지를 비추는 형광등 불빛이

마치 할로윈의 잔불처럼 반짝였다.

그 아래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누군가는 선물용으로, 누군가는 위로용으로.

그리고 아마도 누군가는 자신에게 주기 위해서.


지난주 나는 가면을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그들은 웃고 있었지만, 그 안의 얼굴은 울고 있었다.

이제 나는 그 얼굴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장면을 보고 싶다.

초콜릿이 손 안에서 녹듯,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녹을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파란만장.

가면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 초콜릿이 천천히 녹고 있다.

그 향이 골목을 따라 흘러나온다.

아이들의 웃음처럼,

누군가의 불안이 사랑으로 바뀌는 냄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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