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쓴 사람들 – 할로윈의 밤에

무섭게 꾸미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유

by 운조


호박불이 켜지고, 가면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의 얼굴은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침 햇살이 골목을 비스듬히 비췄다.

길가에는 낙엽이 가득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잎들이 바닥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 너머로 보이는 우리 앞집은 벌써부터 할로윈 준비가 한창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화려했다.

차고 문엔 커다란 괴물 얼굴이 그려져 있고,

집 앞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해골이 서 있었다.

유령과 마녀, 좀비 인형들이 현관 앞에 줄지어 서서

밤이면 하나씩 불빛이 켜졌다.

멀리서 보면 으스스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이상하게 따뜻했다.

그 모든 장식이,

누군가의 정성과 기다림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할로윈 장식을 할까.

이웃이 깜짝 놀라도록 꾸미고,

시간과 돈을 들여서까지 무섭고 괴상한 것들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그것은 삶의 또 다른 얼굴을 허락받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엔 단정하고 조용한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괴물의 얼굴로 웃고,

해골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소리친다.

그 속에는 두려움보다 해방감이 있다.

평소엔 눌러두던 감정들이

가면과 장식 속에서 잠시나마 빛을 받는다.


우리 앞집 주인은 평소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맘때가 되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바빠진다.

하루가 다르게 장식이 늘어나고,

아이들이 지나가면 환하게 불을 켜준다.

어쩌면 그에게 이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표시일지도 모른다.


할로윈의 장식은 어둡지만,

그 안에는 묘한 온기가 있다.

누군가는 잃은 가족을 떠올리며 등을 켜고,

누군가는 외로움을 덜기 위해 마당을 꾸민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이웃의 놀란 얼굴,

그 모든 순간이 삶의 흔들림을 잠시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거리엔 유령이 가득하지만,

그 중 많은 유령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속 어둠을 잠시 꺼내놓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면을 쓴다는 건 어쩌면 ‘숨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밤이 내려앉고,

호박불이 켜지고,

길가의 해골과 유령이 불빛 속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지고,

골목은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 불빛 사이로 나는 문득 떠올렸다.


가면을 쓰고 처용무를 추던 폭군의 셰프,

연희군의 이야기를.

그의 가면도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함께 들어 있었다.

가면은 웃고 있었지만,

그 안의 얼굴은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파란만장.

가면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얼굴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이 세상을 버티기 위해 오래전부터 배워온 춤이자,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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