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의 가장자리에 머무는 생(生)

문턱 위에 머무는 기다림

by 운조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는 늘 풍경의 바깥에 머물렀다.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 뒤편, 혹은 결정이 필요한 순간의 한 걸음 뒤. 그는 마치 그 풍경 속에 자기 몸 하나쯤은 섞이지 않아도 좋다는 듯, 혹은 언제든 지워져도 상관없다는 듯 희미한 윤곽으로 서 있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망명의 길을 건너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그 문장에 깃든 고통의 무게를 섣불리 가늠하지 않았다. 국경을 넘던 밤의 서늘한 공기, 차가운 취조실의 불빛, 단 한 번의 실패도 허용되지 않는 절박함 같은 것들. 『투명한 사람들』을 써 내려가며 내가 배운 가장 아픈 교훈은, 타인의 과거를 너무 빨리 이해하려 드는 오만함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의 '현재'를 가린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그의 손엔 늘 낡은 서류 봉투 하나가 들려 있다.

​무수한 손때가 묻어 가장자리가 닳고 접힌 그 봉투 안에는, 아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그가 지나온 고단한 경로를 증명하는 비정한 문장들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그 봉투를 성급하게 꺼내지 않는다. 오직 부름을 받은 순간에만 응답할 수 있는, 영원히 '준비된 상태'로 문 앞에 서 있는 자의 가느다란 기다림만이 그 봉투에 담겨 있다.

​아이들은 이제 학교 이야기를 하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당연하다는 듯 돌아와 숙제를 한다. 그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생경한 환상처럼 느껴진다. 한때 '돌아갈 곳이 없던 아이들'이었던 그들은, 이제 서서히 '돌아갈 필요가 없는 아이들'로 변모하며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지켜보는 그의 눈을 보며 나는 자문한다.

법의 언어로 불리기 시작한 이 사람은 이제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가. 이름과 번호를 부여받은 존재는 이 기록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쉽게 증발할 수 있다'는 투명한 감각이 잔상처럼 남아 있다. 문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문턱에 발을 걸친 채 숨을 죽이고 있다.

​나는 그저 그를 지켜본다.

그를 기어이 활자로 가두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결국은 기록하는 자의 숙명을 지고서. 그가 든 낡은 봉투의 가장자리가 더 이상 구겨지지 않을 그날까지.


“이 이야기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으로, 특정 인물이나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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