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나의 세계
아침을 알리는 진동이 울렸습니다.
평소처럼 눈을 비비며 손을 뻗었고, 익숙한 움직임으로 화면을 켜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화면은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소리는 들리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빛이 사라진 검은 액정 위에, 나는 어리둥절한 손끝을 대어보았습니다.
폰은 ‘울고’ 있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보내듯이, 여전히 자기 역할을 잊지 않고 있었죠.
하지만 그 이면의 세계는 철저히 봉인된 채였습니다.
전원은 살아 있고, 기능도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나는 그 안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내 안의 감정이 살아 있지만, 누구에게도 꺼내 보여줄 수 없는 순간처럼.
한때는 그저 신기한 도구였던 스마트폰.
지금은 나의 일정, 생각, 관계, 기록, 추억… 그 모든 것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어제 써두었던 메모가 있고,
읽다 멈춘 전자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있고,
미처 답장하지 못한 친구의 메시지가 있고,
다시는 찍을 수 없는 순간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모든 것과 단절되었습니다.
그저 울리는 알람만이 남아, 이 폰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만을 조용히 알리고 있을 뿐입니다.
보이지 않기에 더 간절해집니다.
스크린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던 나는,
이제 그 창이 닫힌 채 어둠 속을 더듬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혹자는 말할 겁니다.
“그냥 새로 하나 사면 되잖아.”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도 압니다.
새 기기는 더 빠르고, 더 똑똑하고, 더 화려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건 단순한 기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지금, 내 일부가 고장 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이 폰은 나의 기억을 보관하는 도서관이었고,
나의 내면을 받아주는 일기장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눈 마음의 기록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내 눈앞에서 꺼진 화면 속에 갇혀 있습니다.
더 무서운 건, 그 안에 담긴 것들이
내가 그토록 의지하고 있었던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화면이 꺼졌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것들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기계에게' 맡기고 살아왔는지를.
생각조차, 감정조차, 기억조차
우리는 점점 외부에 저장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계가 꺼지면 나도 멈춰버리는 삶.
기계가 보여주지 않으면 기억도 떠올릴 수 없는 삶.
이건 편리함이 아닌, 의존의 그림자입니다.
울리는 알람은, 묘하게 애처로웠습니다.
그건 매일 반복되던 기능이었지만, 오늘은 다르게 들렸습니다.
마치 잃어버린 세계를 애도하는 작은 종소리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물어오는 듯했습니다.
당신의 기억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의 삶은, 진짜로 어디에 저장되어 있나요?
나는 새 기계를 사게 될 것입니다.
더 밝은 화면, 더 빠른 속도, 더 넓은 저장공간.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을 잊고 싶진 않습니다.
화면이 꺼졌을 때,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였던 내 삶의 실루엣.
기술 너머, 인간인 나를 마주했던 그 짧은 침묵의 순간.
그 울리는 알람이 들려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일어날 시간'이 아니라
'돌아볼 시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