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그 말의 빈자리를 메우는 시간
아침 뉴스레터의 첫 문장은 짧으나 묵직하였다.
“조 바이든의 암.”
정치적 파장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병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산책길에서 마주쳤던 한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바로 윗집 이웃, 루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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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루뻬
“조심스레 걷는 미소”
작은 체구, 잔잔한 미소.
햇살 아래서도 몸을 조심스레 움직이던 그녀.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며칠은 그냥 누워 있어야 해요.”
담담히 내뱉은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그 앞에서 나는 그저
“힘내세요.”
그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았다.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렸을지를.
내 진심과는 달리,
나는 무성의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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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시간
“그림자처럼 남은 빈자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루뻬는 산책길에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여전히 치료 중일까.
아니면 이미 먼 길을 떠난 걸까.
확인할 길 없는 부재는
내 마음 속 그림자처럼 남았다.
뉴스 속 대통령의 병명보다,
내게는 이웃의 빈자리가 더 큰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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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마주친 루뻬
“손주와 나눈 짧은 웃음”
그러던 며칠 전, 뜻밖의 순간이 찾아왔다.
루뻬의 집 앞.
그녀는 손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자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굴은 여전히 지쳐 있었으나
그 눈빛 속에는 작은 힘이 깃들어 있었다.
“요즘은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지내요.”
그녀의 말에는
바깥세상을 그리워하면서도
몸이 허락하지 않는 현실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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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산책, 함께 걷다
“다시 길 위에 서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같이 산책할까요?”
예전처럼 먼 길은 아니었다.
집 근처 짧은 코스를 천천히 걸었다.
숨을 고르고,
발걸음을 맞추며,
햇살을 조금씩 나누면서.
짧은 길이었지만,
그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될 시간이었다.
집 안에만 머물던 그녀가
다시 길 위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겐 기적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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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과 겹쳐진 순간
“숨을 끝까지 들이마시는 일”
그녀와 함께 걷는 동안,
내 기억 속 또 다른 시간이 겹쳐 떠올랐다.
몇 해 전, 나는 뇌동맥 파열로
의식불명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겨우 숨을 이어갔고,
8시간의 수술 끝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때 알았다.
병과 싸운다는 것은
단순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을 견디고,
숨을 끝까지 들이마시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승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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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기적
“살아 있음의 의미”
바이든 대통령도, 루뻬도,
그리고 나 역시 병이라는 그림자를 마주하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병상 위에서, 수술대 위에서,
혹은 일상 속에서 조용히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이 살아 있는 오늘이
이미 기적이라고.
걷는 길이 짧아도,
발걸음이 느려도 괜찮다고.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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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보는 일
“오늘, 마음속으로 건네는 위로”
뉴스 속 한 문장으로 떠올랐던 루뻬.
그리고 집 앞에서 다시 만난 그녀.
나는 여전히 서툴다.
때로는 “힘내세요”라는
가벼운 말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제 안다.
그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곁에 서서 함께 걸어주는 용기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혹시 당신 곁에도
뉴스에 실리지 않은 루뻬가 있는가.
그 이름을, 그 얼굴을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속에서 불러보라.
살아 있는 지금.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위로이자
가장 큰 용기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