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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숙 Oct 11. 2024

그림이야기책의 개념

머리말

그림책과 그림이야기책   

  

  그림책의 종류는 아주 많다.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사물의 이름을 알려 주는 단순한 그림책에서부터, 인물이나 역사에 관한 그림책, 숫자나 생태를 설명하는 그림책, 옛이야기에 그림을 더한 그림책, 그뿐 아니라 이미 알려진 동화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에 그림을 그려 넣어 편집한 그림책도 있다. 나아가서 글과 그림을 얽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 그림책... 그림책의 가짓수는 다 헤아릴 수 없다. 이 모든 종류의 책들을 그림책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 말할 수 있을까? 

  오늘날 어린 독자들에게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어 몇 번이고 다시 펼쳐 보게 하는,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낸 창작 그림책과, 과일 그림을 그려 놓고 그 아래에 ‘사과’나 ‘바나나’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책들을 ‘그림책’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 가운데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부모 스스로도 그림책을 좋아하여 찾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림책 작가와 출판사가 많은 것도 안다. 그림책을 연구하는 사람들 또한 많음을 그림책에 관한 수많은 저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책을 말하기에 앞서 그림책의 개념부터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림책, 그림동화책, 그림이야기책, 이야기그림책 등 통일 되지 않은 명칭도 개념과 함께 정리해야 한다.      

  본서에서는 ‘그림책’이라는 명칭이 위에서와 같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므로 좀더 세분화한 명칭으로 쓰려고 한다.

  필자가 이 책에서 대상으로 하는 책들은 글과 그림이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창조해 낸 작품들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책들을 그림이야기책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림과 글이 유기적으로 얽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독자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문학적, 예술적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을 ‘그림이야기책’이라 일컫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림이야기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림동화책’은 ‘동화’가 어린이이야기라는 뜻이므로 ‘어린 독자를 위한 그림이야기책’에 국한하여 사용하면 좋겠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도 있다.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 ‘여름이 온다’, ‘강이’와 같은 책들은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이다. 이 책들은 그림을 단순하게 묶어 놓은 화집이 아니다. 연속된 그림들이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는, 글이 숨어 있는 그림책이다. 이와 같이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책들도 그림이야기책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림이 있는 동화책이 그림이야기책에 속할까? 그림이야기책은 문학 요소인 글과 미술 요소인 그림이 조화를 이루되, 어느 한쪽으로 그 비중이 기울지 않는다. 동화책에도 대부분 그림이 들어 있지만, 동화책은 글이 주된 요소이며 그림은 삽화로써 부수적인 기능을 한다. 동화책 속에 그림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이 없으므로 그림이야기책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그림이야기책의 갈래 

    

  그림이야기책은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책이다. 그림이야기책은 책이므로 지금까지 문학의 한 갈래로 분류해왔으나 미술에도 속하므로 오늘날은 문학과 미술이 결합된 복합 예술, 또는 다원예술의 한 갈래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림이야기책의 상징성


  그림이야기책의 글과 그림에는 각각 함축적 의미가 있다. 그림책의 작가는 글 또는 그림으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글과 그림에 숨겨 놓은 의미를 독자가 찾아 내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림이야기책 독서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길 원한다. 그림이야기책 속의 글은 종종 은유와 상징이 들어 있다. 그림도 단순히 등장인물과 장면의 묘사가 아니다. 그림 또한 은유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은유나 상징으로 함축성이 큰 그림이야기책은 슬쩍슬쩍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그 그림이야기책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참 의미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책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동화는 함축성이 큰 작품이 그리 흔하지 않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예술의 향유 수준이 높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야기책은 글과 그림에 고도의 은유나 상징이 들어 있어 함축성이 큰 책들이 많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겉으로 드러내어 설명하지 않고 글이나 그림 속에 감추어 놓는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찾게 만든다. 독자들은 그 메시지를 발견했을 때 희열을 맛본다.     

  그림이야기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그림과 글 속에 담아 놓은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 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상징성을 지닌 그림이야기책은 그림과 글을 읽되 그 속에 숨겨진 상징적 의미를 발견하며 읽어야 한다.

     

  번역서의 문제점

 

  필자가 그림이야기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 작품은 물론 외국 작품들도 상당수 읽었다. 우리나라 작품은 지금까지 읽고 느끼는 데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외국 책의 번역서였다. 그림이야기책의 글은 대체로 길지도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번역한 글을 읽을 때 잘 이해되지 않거나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원작자가 정말 이렇게 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마다 원서(영어로 쓰인 책)를 구해서 번역서와 대조하여 읽었다. 번역이 문제였다. 문제의 글들은 대부분 번역자가 원작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잘못 이해하여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메시지를 왜곡하거나 아예 전달하지 못하는 거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상징성이 뛰어난 작품들에게서 이런 번역의 오류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의 주제가 들어 있는 문장에 상징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자가 상징을 알지 못하여 그 문장을 오역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이야기책 속에 들어 있는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여 그림이야기를 깊게 읽고 감상하자는 취지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징이 들어 있는 책을 읽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뜻만 이해해서는 책이 가진 참 의미와 메시지를 깨달을 수 없다. 

  이 글은 그림이야기책 속에 장치된 상징을 짚어 내고 그 함축적 의미를 충분히 파헤쳐 독자들이 그림이야기책을 풍부히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으며,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더 많은 그림이야기책을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서 그림이야기책 작가들이나 번역자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림이야기책 연구자들에게도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림이야기책 속의 상징 읽기>는 상징성을 가진 국내외 그림이야기책 스무 편을 대상으로 하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영어로 쓰인 외국 작품의 번역서인 경우, 상징이 들어 있는 문장에 번역의 오류가 있는 것을 최대한 바르게 번역하려 했다. 

  대상이 된 책의 번역자들을 불편하게 할 뜻은 없다. 작가의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을 바로잡으려 애썼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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