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책 상징 읽기
글.그림 피터 H. 레이놀즈 ⸳ 엄혜숙 옮김 / 웅진
마리솔은 화가다. 그림 그리고 색칠하는 걸 좋아한다. 그림을 집안에 전시할 뿐 아니라 포스터로 자기 생각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친구들도 마리솔이 화가라는 걸 인정한다.
마리솔 반 아이들이 도서관 벽화 그리는 일을 맡았다. 아이들은 다 함께 큰 그림을 그리기로 하고 각자 자기 몫의 그림을 그렸다. 하늘을 그리기로 한 마리솔은 파란색 물감을 찾지 못해 고심하다가 하늘색이 계속 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리솔은 온갖 색깔이 뒤섞인 하늘을 떠다니는 꿈도 꾸었다. 비 오는 날의 하늘색은 또 다르다는 것도 이젠 안다. 마리솔은 도서관으로 달려가 여러 물감을 섞은 새로운 색깔로 자신만의 하늘을 그려 벽화를 완성한다.
‘그리는 대로’의 원서 제목은 ‘sky color(하늘색)’이다. 번역자가 책의 내용을 보고 나름 해석하여 붙였겠는데, 그냥 ’하늘색‘이라 하지 않은 게 퍽 아쉽다. 창작물의 제목은 가능하면 직역해야 한다. 특히 피터 레이놀즈와 같이 창조성 뛰어난 작가의 작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작품 제목이 상징이며 곧 작품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번역자가 나름대로 해석하여 바꿔 버리면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의 전달에 작고 큰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표지엔 멋드러진 옷을 입고 붓을 그리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표지를 넘기면 우리가 보통 하늘색이라고 부르는 색깔이 표지 뒷면에서 면지까지 가득 차 있다. 면지를 한 장 넘기면 다음 면지는 여러 색깔이 섞여 조화를 이룬 색으로 채워져 있다. 그 앞의 하늘색과 대비된다. 이것이 무엇을 표현한 건지는 책을 다 보고 나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마리솔은 화가다. 무엇이든 그리고 색칠하는 걸 좋아하며 집 곳곳에 그림을 붙여 놓는다. 포스터를 그려 자신의 생각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항상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하고 미술 도구 상자를 들고 다니는 그녀를 친구들이 화가라고 부른다.
마리솔의 반 아이들에게 학교 도서관 벽화 그리기가 맡겨졌다. 아이들은 모두의 힘을 합쳐 아주 큰 그림을 그리기로 하고 각기 그릴 그림을 정했다. 마리솔은 하늘을 그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물감통에 하늘색 물감이 없다. 하늘색 물감 없이 어떻게 하늘을 그릴까 마리솔은 고민에 빠졌다. 학교가 끝나고 스쿨버스 타러 가면서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마리솔은 하늘을 보며 하늘 그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해가 지평선 가까이로 지는 하늘, 낮이 밤으로 바뀌는 하늘을 지켜보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찰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새삼스러운 ‘관찰’이 필요하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더라도 새삼스럽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생각, 그것이 고정관념이다. 새삼스러운 관찰로써만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하늘은 파랗다는 생각, 그래서 하늘을 하늘색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마리솔은, 아니 우리는 ‘하늘색(sky color)’이라 이름 붙여진 그 색을 오늘까지 하늘을 그리는 색으로 칠해 오지 않았는가.
고정관념은 어느 날 저절로 깨어지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관찰, 즉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되짚어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그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았을 때 비로소 굳어서 막혀 있던 생각이 깨지고 창조적 생각이 열린다.
이 책의 ‘하늘색(Sky Color)’은 상징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고정관념, 그리고 그것을 깨뜨린 새로운 시선을 아울러 상징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이 목소리가 들린다면 비로소 이 책이 나의 책이 된 것이다.
마리솔은 하늘색 물감 없이 하늘을 그리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늘을 ‘관찰’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온갖 색깔로 아롱진 황홀한 하늘을 꿈속에서 만날 때까지.
어떤 것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이 꿈에까지 이어지는 게 ’몰입‘의 상태다. 창조적 작가들은 알고 있다. 몰입의 상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마리솔은 하늘색 없이 하늘을 그리기 위해 하늘에 집중하고 관찰하고 몰입하여 드디어 하늘색 없이 하늘을 창조적으로 그려냈다. 친구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마리솔은 진짜 화가였다.
아이들이 그린 벽화는 가히 충격적이다. 마리솔이 "하늘색"이라며 그린 하늘과, 그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역동성... 파도치는 바다에서 '함께'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은 아이들은 상징한다. 다 함께 어우러져서 행복하게 뛰어놀며 건강하게 잘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마리솔이 그린 하늘엔 시간이 흐른다. 왼쪽의 이른 아침의 하늘에서 차츰 낮의 하늘로, 그리고 저녁 노을진 하늘에서 맨 오른쪽의 밤하늘까지... 마지막 밤하늘에 이르러서는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하루 종일 씩씩하고 발랄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이 이제 꿈의 셰계로 날아가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다 함께 만들어낸 아름답고 행복한 셰계, 이것이 작가가 그리고 싶어한 세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