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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숙 Jun 22. 2024

그림책 상징 읽기

3. 헤엄이

3. 헤엄이


                                         글.그림  레오 리오니 · 김난령 옮김/시공사 


작가  레오 리오니 (2. '파랑이와 노랑이' 작가 참고)


작품 줄거리


  바닷속에 작고 빨간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까만색인 물고기가 ‘헤엄이’이다. 헤엄이는 헤엄을 잘 친다. 

  어느 날 커다란 다랑어가 나타가 빨간 물고기들을 몽땅 삼켜 버린다. 헤엄을 잘 치는 헤엄이만 살아서 무서움과 외로움, 슬픔을 안고 바닷속 깊은 곳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신비한 것들을 보게 된다. 

  그러다 어두컴컴한 곳에 숨어 있는, 자신의 친구들과 꼭 닮은 빨간 물고기 떼를 발견한다. 헤엄이는 큰 물고기가 무서워 어두운 곳에 숨어만 있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며 함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물고기 떼가 바닷속에서 가장 큰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함께 헤엄치는 것이다. 헤엄이의 통솔 아래 물고기들은 함께 커다란 물고기 모양을 이루고 헤엄이는 무리의 눈이 되어 큰 물고기들을 쫓아내며 자유롭게 헤엄친다. 


작품 들여다보기

 

  원서 제목이 ‘Swimmy’이다. ‘swim’을 파생시켜 ‘헤엄을 잘 치는’이라는 의미로, 주인공에게 작가가 만들어 붙인 고유명사이다. 그것을 ‘헤엄이’라고 번역한 것이 매우 재치있다.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할 때 제목을 ‘으뜸 헤엄이’라고 붙인 것도 있다. ‘으뜸’이라는 강한 의미가 더 첨가된 이름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 그냥 ‘헤엄이’로 번역하여 붙인 이름이 자연스럽다. 


  앞뒤 그림이 연결되어 있는 표지는 바닷속 풍경이다. 깊은 바닷속에 작고 빨간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고, 그들과 같은 모습이지만 까만색 물고기 하나가 그들 위쪽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헤엄치고 있다. 어디론가를 향해 앞서 나아가는 모습이다. 무리를 이루고 있는 빨간 물고기들 중 일부는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이 까만색 물고기가 주인공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작고 빨간 물고기들은 깊은 바닷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 속에 홍합 껍데기처럼 새까맣고 헤엄을 가장 잘 치는 헤엄이와 함께.



  어느 날 사나운 다랑어 한 마리가 와서 작고 빨간 물고기들을 한잎에 삼켜 버렸다. 



  헤엄을 빨리 쳐서 혼자만 살아남은 헤엄이는 바닷속 깊고 어두운 곳으로 도망쳤다. 헤엄이는 무섭고 외롭고 슬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행복해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바닷속의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살아가는 형태를 스스로 바꾸지 않는다. 늘 살아오던 방법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쉽다. 다른 것의 힘에 의해 원치 않는 환경에 놓이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기라고 부른다. 위기를 맞았을 때 누구나 두려움과 외로움, 슬픔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위기로 인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계를 만나기도 한다거기서 새로운 생각새로운 행복새로운 삶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기도 한다헤엄이처럼.


  헤엄이가 만난 무지갯빛 해파리, 집게발을 들고 기어가는 가재, 낯선 물고기들, 무성한 물풀 숲, 꼬리가 긴 바닷장어, 야자나무 같은 분홍 말미잘...... (이 모든 것들은 새롭고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를 상징한다.)



  이들은 헤엄이가 살던 세상에서는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놀랍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이다. 이들은 헤엄이가 위기를 만나기 전에는 결코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었던 놀라운 세계이다. 그래서 위기는 새로운 기회이다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지금까지와 같은 안일한 삶을 뛰어넘어 새롭게 살아갈 기회우리를 두렵게 했던 불의한 권력에 슬기롭게 대항할 놀라운 지혜를 발휘할 기회 말이다새롭게 만난 세계는 새로운 지혜를 가져다준다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친구들을 닮은 작고 빨간 물고기 떼를 만난 헤엄이는, 더 이상 두려움에 떨며 숨어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지혜를 짜낸다. 그것은 나 혼자 살기 위함이 아닌, 다 함께 살기 위한 생각이며 다 함께 힘을 합쳐야 가능한 계획이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갖춘 헤엄이는 무리가 다 함께 커다란 물고기 모양을 이루어 헤엄치며 앞으로 나아가게 이끈다그리고 무리의 눈이 된 헤엄이는 친구들과 함께 천적이었던 큰 물고기들을 물리치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작은 물고기들을 한입에 삼키는 크고 까만 물고기들은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포악한 권력을 상징한다작은 물고기들은 힘이 약한 대부분의 사람들민중을 상징한다. 민중은 때때로 의롭지 못한 권력에 억눌리거나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 한 사람의 힘은 약하지만 민중은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그때는 다 함께 하나로 힘을 모을 때이다. 그 민중의 힘으로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되었음을 역사가 말해 준다. 

  민중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지혜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스스로 무리의 눈이 된 리더, 헤엄이는 험한 세상에서 무리를 바르게 이끌어갈 혜안을 가진 리더이다.


  이 그림책은 실존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이다. 포악한 권력이 무서워 스스로 암울하게 사는 삶을 택할 게 아니라, 다수가 지혜롭게 힘을 모아 불의한 권력을 몰아내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 감추어진 상징을 이해할 때 작품을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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