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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숙 Jun 20. 2024

그림책 상징 읽기

2. 파랑이와 노랑이


2. 파랑이와 노랑이


                                 글 그림  레오 리오니 ⸳ 이경혜 옮김 물구나무



작가 레오 리오니

  레오 리오니(1910~1999)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레오 리오니는 암스테르담 박물관에 걸려 있는 거장들의 그림을 똑같이 그리며 놀기를 좋아했다. 이탈리아 제노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그림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1939년 미국으로 이주하고 나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타임 라이프』지의 미술주임, 미국 그래픽아트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인스터튜트 오브 그래픽 아트 골드 메달을 수상하면서 어린이 책 작가로, 디자이너로, 조각가로 인정받았고 그 후 『조금씩 조금씩』(1960), 『으뜸헤엄이』(1963), 『프레드릭』(1968), 『새앙쥐와 태엽쥐』(1969) 로 칼테콧 아너상을 네 번이나 수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그림책 대가가 되었다.     


작품 줄거리     

  파랑이는 앞집에 사는 노랑이와 가장 친하다. 어느 날 파랑이가 한참 찾아다니던 노랑이를 만난 기쁨에 서로 오랫동안 껴안고 있다가 둘이 초록이가 되었다. 초록이가 실컷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니 엄마 아빠는 초록이가 자기네 아이가 아니라고 한다. 노랑이네도 마찬가지다. 둘 다 슬퍼서 파란 눈물, 노란 눈물을 흘리며 한참 울다 보니 원래의 파랑이와 노랑이로 돌아왔다. 그제야 파랑이 엄마 아빠가 파랑이를 찾았다고 기뻐하며, 함께 온 노랑이를 안아 주자 자기네도 초록으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노랑이네 엄마 아빠와 함께 껴안으며 초록이 되었고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신나게 논다.  

   

작품 들여다보기

  원제목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를 ‘파랑이와 노랑이’로 맛깔나게 번역했다. 

  우선 표지는 색종이를 손으로 오린 듯한 모양의 파란 동그라미와 노란 동그라미가 겹쳐 있고, 겹쳐진 부분은 초록색이다. 파랑과 노랑을 섞으면 초록이 된다. 책을 다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표지를 넘기면 면지에 작은 파랑이와 노랑이로 가득하다. 흰 바탕에도, 검은 바탕에도... 



  작가 레오 리오니는 종종 종이를 오려서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이 책의 그림은 선명한 색종이를 손으로 오려서 만들었다. 그림이 정교하지도 않고 어떤 모양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도 않는다. 

  이 작품은 글과 그림 전체가 상징이다.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삶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읽는 이가 이 상징성을 얼마나 또는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의 정도나 감명의 깊이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디.

                    

여기는 파랑이네 집이야. 엄마 아빠랑 파랑이랑 세 식구가 살지.


  파랑이네 집이다. 황토색의 커다란 원은 집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파란색의 덩어리들은 파랑이네 식구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빠는 키가 크고 엄마는 통통한 모습이다. 파랑이는 작은 어린아이다. 세 식구 한 가족이 단란해 보인다.

  

  파랑이는 앞집에 사는 노랑이와 가장 친하다. 파랑이와 노랑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온갖 놀이를 함께 하며 잘 논다. 학교에서 같은 반인 이 아이들은 교실에서는 얌전히 공부하는 아이들이다. 이 때 교실이 까만색 사각형이다. 아이들이 바깥에서 뛰어노는 그 옆 장면의 하얀색 배경과 대조를 이루게 배치해 놓았다. 즉 교실은 아이들을 딱딱하고 갑갑하게 가두어 놓는 있는 공간이다. 

                                        교실에선 줄 맞춰 얌전히 않아 있지만

  

  공부가 끝나면 아이들은 넓고 밝은 곳에서 친구돌과 신나게 논다. 역시 아이들은 바깥에서 한껏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나타낸 상징적인 그림으로 보인다. 


                                     학교가 끝나면 달리기도 하고, 팔짝팔짝 뛰기도 해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외출하자 심심해진 파랑이는 노랑이를 찾아간다. 그런데 노랑이네 집이 비어 있다. 파랑이는 여기 저기 노랑이를 찾아다닌다.

 여기서 노랑이를 찾아다니는 장면은 새까만 바탕색에 파랑이가 외롭게 처져 있는 모습이다. 바로 옆  장면은 파랑이가 노랑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바탕이 빨간색이다. 좋아하는 노랑이가 없을 때의 검정은 파랑이의 외로운 심리상태를, 노랑이를 찾았을 때는 빨강으로 강력한 기쁨을 표현하였다. 




  문제는 그 다음 장면이다. 길에서 만난 둘은 기뻐서 껴안았다. 그렇게 꼭 껴안고 있다 보니 둘이 점점 초록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파랑이와 노랑이는 서로를 닮아간다. 좋아하여 가까이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로 닮아가는 것 이것이 초록의 상징적 의미이다. 둘은 닮아가다가 자연스럽게 초록이가 됐다. 생각이 하나가 됐다. 둘은 하나가 되어 공원에도 놀러 가고, 굴속을 달리기도 하고, 주황이를 쫓아다니기도 하고(주황이는 빨강이와 누렁이가 하나가 된 모습을 상징한다. - 주황이는 또 다른 초록이이다.), 산을 오르기도 하고... 따로따로일 때보다 더 멀리, 더 힘든 것도 해낼 수 있었다. 둘이 합쳐 하나가 되면, 둘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하면 더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실컷 놀다가 집에 돌아갔는데......  파랑이 엄마 아빠가 파랑이를 몰라보신다. 넌 초록이지 파랑이가 아니라고. 노랑이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순수하여 친구들을 잘 받아들이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영향을 받은 만큼 달라진다. 어른들은 자아가 강하여 남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며 변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 아이들의 변화를 수용하지도 못한다,      

  파랑이와 노랑이는 너무 슬퍼서 파란 눈물, 노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또 울었다. 둘 다 눈물이 되고 말 때까지...... 아이들은 순수하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큰 슬픔을 겪는다. 친구와 함께하며 서로 닮아갔던 모든 부분을 자기 안에서 빼어내는 것은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뜻에 따르려고 노력한다. 



  친구에게서 물들었던 색이 눈물로 다 빠지고 나니 둘은 다시 파랑이와 노랑이로 되돌아갔다. 그제서야 엄마 아빠가 파랑이를 알아보고 기뻐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변하며 성장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던 파랑이 엄마 아빠가 노랑이를 꼭 껴안았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어른들도 초록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도 다른 아이를, 다른 사람들 받아들일 수 있음을 그제서야 깨달은 파랑이 엄마 아빠는 노랑이네로 달려가 모두 기쁘게 껴안고 서로 초록으로 물든다. 각각 자기네만의 담을 쌓고 살던 어른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고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관계가 된 것이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삶, 서로에게 베풀고 받아들이는 관계로의 확장이 일어난 것이다. 


  아이들은 그 어른들 옆에서 행복하게 논다. 파랑이와 노랑이가 반반 초록이로, 그뿐 아니라 빨강이와 누렁이는 반반 주황이로, 다른 아이들과 다 같이 어울려서 말이다. 

  맨 처음 파랑이의 모습으로 시작한 그림책은 초록이로 끝난다.      


  이 책의 가장 큰 상징은 역시 초록이다. 파랑이와 노랑이가 합쳐진 초록이는 와 가 하나가 된 우리이다이 책 앞뒤 면지의 수많은 파랑이와 노랑이는 우리가 되기 전의 수많은 너와 나의 모습이다수많은 나와 너가 모여 하나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갈등 없이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나누며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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