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떼 시누아

by 라 러쉐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항상 일요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왜냐면 요리를 함으로써 나의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항상 일찍 기상하는 나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다!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에선 내가 좋아하는 허즐럿향나는 커피가 내려지고 밖은 아직 어스름하다.

“평소보다 좀 더 어둡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래도 밖을 본다.

들고양이 릴리 먹으라고 밖 갤러리에 잔뜩 담아놓은 고양이 사료그릇 주변엔 어느새 너구리 가족들이 판을 친다.

“너네들 먹으라고 차려 논거 아냐!!”

하지만 다들 게걸스럽게 그릇을 삼킬양 잘도 먹어치운다!

몇 알 안 되는 사료와 반은 기울어진 텅 빈 그릇만 뎅그러니 남겨둔 채 너구리들은 사라졌다.

사진을 찍어둘걸 하는 후회도 드는데 앞으로도 저 무리들은 종종 올 거니까 그때 찍어야겠다!


집 앞에 있는 강물소리가 유난히 가까이 들린다. 내려진 커피를 들고 조용히 갤러리로 나가본다.

너구리들이 한바탕 소동치고 간 밖은 정말 고요하다. 그래서 강물소리, 다람쥐 거니는 소리들이 유난히 더 크게 들린다.

아마, 내가 사는 이 숲마을에서 나 혼자만이 이 새벽에 깨어나서 이 초연의 새벽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기분 좋은가!!

아무에 입김도 섞이지 않은 오염되지 않은 이 맑은 새벽공기를 나 혼자 만끽하고!!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이웃들은 아직도 꿈나라임이 틀림없다!


괜스레 입을 삐쭉거리며 우쭐해진 양 집안으로 들어온다. 그사이 커피는 다 식어버리고 다시 커피를 내리며 시계를 본다.

지금 시각 네 시 삼십 분!

“아니 왜 이리 일찍 일어나서 …“

어렸을 때 엄마는 항상 이 시각에 일어나셔서 시부모, 아버지 그리고 딸 다섯의 밥을 차리셨다.

그때 엄마는 의무감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셨을 것이다.

그때 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허즐럿 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게 새벽을 맞이하시진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면서 좀 울적해진다.


울적한 마음을 커피 한 목음에 다스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그래, 오늘은 또 무슨 요리를 할까나?”

기대감 반 호기심 반으로 천천히 하루를 시작한다.


퀘벡음식엔 정체성이란 게 없는듯하다.

미국처럼 햄버거나 미트로프, 후라이드 치킨도 아니고 프랑스처럼 필레 미뇽이나 버프 브르기뇽, 프와그라도 아니다.

캐나다는 미국하고 근접해 있고 또 퀘벡은 프랑스의 문명을 받은 관계로 퀘벡 사람들은 이 두나라의 음식들에 너무나도 잘 적응해 있고 또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한다는 건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쪽 요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큰 와인잔에 포도주를 촐랑촐랑 부어서 오븐에서 갓 구워낸 에스까르고에 바삭한 바케트빵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또한 브로쉐타와 프로슈토를 치즈와 겸비해서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는 것도 즐긴다.


하지만 가끔 한국음식이 당길 때면 버프 브르기뇽에 고추장하고 매운 고추를 추가로 넣어 요리하면 꼭 우리네 매콤한 고기찜처럼 맛있는 퓨전밥상이 차려진다.

정말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보니 종종 이렇게 기존요리를 살짝 뒤틀어서 내가 원하는 요리를 하다 보면 가끔 여기 친구들이 묻는다.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요리야?”


하지만 가끔은 생뚱맞게 퀘벡하고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을듯한 어떤 음식을 퀘벡사람들이 아주 자주 요리를 하곤 한다.

그것이 바로 « 빠떼 시누아 (Pâté Chinois) »이다.

회사동료들이 점심 메뉴가 마땅치않을때 종종 싸오는 도시락엔 이 “빠떼 시누아” 가 있다.

다진 쇠고기를 양파와 볶은 다음 큰 카소롤에 납작하게 깔고 그 위에 크림 옥수수를 잘 펴서 얹은 다음 버터와 우유가 잔뜩 들어간 메쉬포테이토를 얹는다.

마지막으로 가루치즈를 그 위에 듬뿍 뿌리고 파프리카를 살짝 뿌려서 장식한 다음 오븐에 굽는다.

맛은? 담백하지만 내입엔 아주 느끼하다!

그래도 그런대로 맛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빠떼 시누아” 일까?

여기서 시누아 (Chinois) 라면 중국인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19세기초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캐나다 전역을 철도로 연결하는 동안에 이 음식이 탄생(?) 했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이 아시아계 (특히 중국계) 였던 노동자들은 당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다진 쇠고기, 감자, 옥수수만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몇몇 소수의 프랑스계 철도 노동자들은 이 세 가지 원료를 잘 혼합해서 좀 더 품위 있게 중국계 노동자들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잠시 고민한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빠떼 시누아“ 이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이 설을 반박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까지 이 음식의 유래가 여러 가지로 나뉘다 보니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미스터리한 음식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오늘 오랜만에 이 미스터리한 음식을 만들어 볼까 한다.

그 당시 어렵게 노동일을 해가면서 자기 나라도 아닌 해외에서 고생하며 유일하게 배를 채웠던 이 음식!

아주 절실했기에 꼭 먹고살아야 했기 위해 그리고 일하기 위해 먹었던 그들의 식량을 난 오늘 만들어 볼까 한다!

보통 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먹는데, 오늘따라 약간 숙연해지는 마음을 갖고 만들어본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바로 만들어진 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하지만 왠지 깊은 사연이 있는 이 “빠떼 시누아” 를 공유하고 싶기도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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