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생각에 없던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떠나면서, 그동안 내가 생각만 해오던 여행을 가보게 되었다.
학교를 오래 다닌 탓에 남들보다 직장 생활을 늦게 출발했다. 지금은 휴가를 찾아서 쉬지만,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을 당시부터 이미 어렵게 들어갔던 미국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약간의 PTSD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직장에 충성하지 않으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남들이 즐기는 휴가보다는 그냥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많았었다.
한국 직장 시작한 후 휴가를 2년 연속 안 갔다. 선배가 "너 그러면 번아웃 되어서, 나중에 힘들어져"라고 충고해서, 하루 연차를 내어 강남의 어느 카페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두렵고 불안해지고 숨도 잘 안 쉬어졌다. 선배에게 물어봤더니, 그게 바로 워크홀릭들이 쉴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옥죄면서 업무에 몰두하며 일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휴가는 뭔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주 5일 마지막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아침이 되면, 나는 꼭 사우나를 가서 의자에서 잠깐 조는 그 잠의 맛은 정말 꿀 맛이었다. 그리고 주말에 출근해서 차주에 있을 업무를 정리하거나 밀린 업무를 했다. 다시 또 해고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과, 상사가 만족하며, 책상을 탁 치며 감탄하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 때로는 회사의 위기가 마치 나의 위기처럼 인지하거나, 매번 학위 논문을 막바지에 혼신의 힘을 쏟는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일했던 거 같다. 모노즈쿠리 자세로 일하려고 했던 나는 항상 나를 일에 대한 열정을 부여했고, 일에서의 나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의 열정이 자의 반, 타의 반 상실되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건 이직카드를 준 헤드헌터의 말에 따라서 면접을 보고 협상도 잘 끝냈다. 그리고 잠시나마 나를 돌아볼 시간을 한 달여 가지게 되었다.
그때 내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 가자!‘
미국에서 거주하는 동안 꼭 해보고 싶었고, 무심코 지나쳤던 요세미티 공원과 그랜드캐니언 주변.. 실제로 그곳의 흙을 만지고 걸어보고 싶었던 그 과거, 미국을 떠나기 전에 나와했던 약속을 지금 아니면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표를 제출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여정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