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약 9년의 미국 생활을 돌아보면,
공부와 직장 때문에 마음 놓고 떠난 여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제일 아쉽다.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가장하고 싶은가'
나는 결국 그랜드캐니언 하이킹을 떠올렸다. 퀄리(qualifying) 시험을 통과하면 뭐 할 거냐고 연구실 동기가 물었을 때, “자전거로 그랜드캐니언을 달리고 싶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우연히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본 그랜드캐니언 다큐멘터리에 빠진 것도 한몫했고, 주말이면 잠깐씩 쉬러 갔던 라스베이거스가 가까운 것도 이유가 됐다.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하며 차로만 스쳐 지나갔던 그랜드캐니언—가봤지만 봤다고 할 수 없는 방문이었다. 미국 직장을 나오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차로 빠르게 훑어본 요세미티와 그랜드캐니언. 언젠가는 꼭 다시 와서 제대로 보자고 마음속으로 약속해 두었다.
다녀온 지 수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그곳에서의 하룻밤은 잊히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휴가가 주어졌고, 인생의 길을 묻기에 좋은 시간이었으며, 외롭고 상처받은 마음을 대자연 속에 던졌던 순간이 아직도 또렷하다.
하이킹 동선, 숙소 예약, 렌터카 예약…
그리고 기억을 오래 남기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모았다(광각 하나, 망원 하나—욕심은 여기까지). 지도 위에 동선을 그리며 하루의 주행 거리와 일출·일몰 시간을 대략 맞췄다. 여행 코스는 샌프란시스코 → 요세미티(미러 레이크) → 휘트니산 → 데스밸리 → 라스베이거스 → 그랜드캐니언 South Rim(하이킹) → North Rim → 자이언 캐니언 → 라스베이거스 → 로스앤젤레스(베버리 글렌) → 샌프란시스코. 이동일을 제외하고 19박 20일로 잡았다.
마침 샌프란시스코에 Visiting Scholar로 와 있던 친한 친구가 있어, 그 친구 주소로 NPS National Park Pass를 미리 신청했다. 하이킹 장비도 인터넷 주문으로 친구 집으로 보내 두었다. 출발 전 체크리스트 마지막 줄에는 크게 써 두었다. “물, 소금, 신발 끈.”
그 무렵엔 미국 갈 때 나리타 공항을 자주 경유했다. 연결편을 기다리며 지하 화장실에 들르던 루틴, 2–3시간 대기하면서 먹던 일본 음식들. 공항 특유의 금속성 공기와 면 냄새가 이상하게 섞이던 그 시간대가 지금도 기억난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한 렌터카 회사로 가서 SUV를 픽업했다.
Chevy Trail Blazer였는데 기름 먹는 하마였다.
LA에서 San Francisco에 출장 올 때마다.. 그냥, 사무실 일 보고, 근처에서 밥 먹고 다시 LA로 돌아가기만 했지 San Francisco에 뭐가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생소했다. 불과 몇 년 밖에 안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그냥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 가는 그런 기분이어서 부산에 출장 왔다고, 관광지를 안 가듯이 괜한 겉멋으로 찾아서 가보질 못한 것과 같았다. 그때 좀 마음에 여유가 있었으면 샌프란시스코를 즐겨 볼걸.. 그냥 출장일 끝나면 부랴부랴 LA로 돌아가기만 했었다. 특히 혼자나, 결이 맞지 않는 직장 동료 상사와 갔기 때문에, 좋은 식당 가서 먹기 그렇고, 돌아다기도 그랬던 거 같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친구 녀석과 밥을 먹고 싶었다. 재즈연주가 있고, 식탁보가 펼쳐진 곳에서 가벼운 샴페인을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 미국식 표현에 식탁보가 있는 식당은 고급 식당, 없는 식당은 가벼운 식당으로 구분하는데 나는 지금도 가끔, 그 표현을 쓴다.
밥을 먹고.. 친구와 함께 링컨 공원지역으로 들어갔다
두 명의 중년 남자들이, 술 마시지 않고 얘기하는 게 참 어렵다..
또 남자 둘이서 뻘쭘하게 커피 마시고 있자니 뭔가 어색했다.
평상시 만나기만 하면 술을 마시던 사이라, 둘 다 커피 잔을 부딪친뒤
말이 없었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서 음식 먹을 때는 대화를 하지만도..
링컨공원 안에 궁전 같은 곳이 보여서 들어가 보니..
미술관 Legion of Honor이었다. 둘 다 딱히 가볼 곳이 마땅치 않아서 구경하기로 했다.
이곳이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그런 건 잘 모르지만 밥 먹는 곳 근처라서..
도착한 미술관은 레종오브 아너스로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한 번쯤 방문할만한 미술관이다. 물론 영화에도 자주 나왔고, 가장 인상 깊게 나왔던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Vertigo(1958)라고 들었다. 중요한 게 그 영화를 보고 충격을 먹었던 나는 지금도 박물관 미술관을 보면, 레종오브아너스를 기억하며 나도 몰래 비교한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개인 소유로 미국 서부시대 유명한 사람들의 부인이었던 Alma de Bretteville Spreckels 소유로 특히 이 부인은 로뎅을 좋아해서 로뎅의 생각하는 청동상이 첫 번째로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라고 알려졌다
리존 오브 오너 Legion of Honor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