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폴린(1983) 리뷰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글입니다(스포포함)※
15살 폴린(아만다 랑글레)은 부모님에 의해 사촌 언니 마리온(아리엘 동발)에게 맡겨져 늦여름 해변가를 찾는다. 마리온은 자신이 연애에 대해 전문가라고 자처하지만 해변가에서 마리온을 사랑하는 친구 피에르(파스칼 그레고리)를 만나게 되고 피에르는 마리온에게 앙리(페오도르 아킨)를 소개해준다. 앙리의 방탕하고 호색한 성격에 반한 마리온은 자신이 그동안 원했던 사랑임을 섣불리 확신하지만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피에르는 그런 마리온이 걱정되고 앙리를 질투한다. 한편 어른들이 혼란스러운 사랑을 나눌 때 폴린은 해변가에서 또래 친구 실방(시몽 드 라 브로스)을 만나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연애에 관심이 있거나 계획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모두 자신의 이상형을 생각하거나 혹은 더 깊게 다가가 자신의 연애 철학과 신념을 가지게 된다. "나는 열정적인 사랑을 할 거야, 나는 결혼을 제외하고 오직 연애를 하면서 인생을 즐길 거야"같은 다양한 연애 철학 속에서 "해변의 폴린"은 그런 연애 철학이 현실에 대입했을 때 그 철학과 신념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영화이다. 에릭 로메르의 사계절 중 "여름이야기"에서는 한 남자가 자신의 연애 신념과 대비되는 상황에 마주 했을 때 그 남자는 신념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면 "해변의 폴린"은 살짝 다르게 자신의 연애 철학을 너무나 믿는 사람에 이야기이다.
"해변의 폴린"에서는 두 명이 주인공이고 이야기이다. 어른의 사랑을 대표하는 마리온, 청소년의 첫사랑을 대표하는 폴린의 이야기이다. 마리온은 이미 한번 결혼을 했으며 그 결혼이 너무 지겨웠고 심지어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자신은 순간 반하는 사랑을 원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연애를 꿈꾼다고 주장한다. 그 자리에 있던 앙리, 피에르도 각자가 추구하는 연애 철학을 말하며 단순한 저녁자리에서 토론장으로 변할 만큼 이야기가 깊어진다. 이때 폴린은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마리온과 셋이 만났을 때도 폴린은 주위를 거닐 뿐 대화에 끼지 않는, 아니면 끼지 못하는 상황을 보이는데 이것은 폴린이 극 중에서 15살이라는 적은 나이 때문이고 사랑을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화에 참여를 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연애에 대해 지칠 때 가장 순수하다고 판단되는 폴린에게 사랑에 대해 물어게된다. 폴린은 대답을 회피하지만 결국 영화가 진행되면서 실방을 만나고 자신의 연애에 대해 확고해지게 되면서 결론적으로는 마리온보다 더 순수하고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게 된다.
앙리의 계략으로 피에르와 실방의 이미지는 나락을 가고 마리온은 앙리를 사랑하는 나머지 그의 말을 덜컥 믿게 된다. 영화 속에서 앙리는 뱀과 같은 호색하고 간악하기 그지없는 캐릭터이다. 그는 마리온과 자는 사이로 발전하면서도 마리온을 단지 재미로 만나는 사이로 해석하는 와중에도 마리온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이용할 뿐 자는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슬프게도 마리온을 사랑하는 피에르는 앙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마리온이 자신을 거부해 그녀에게서 앙리를 떼어낼 방법을 모색한다. 그 와중에 앙리의 혀놀림으로 실방과 피에르의 여론이 안 좋아지게 되고 피에르는 실방과 피에르와 바람난 루이제에게 진실을 듣게 되어 마리온에게 말하게 된다. 마리온 상처받고 앙리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피에르를 험담하며 가장 비참하게 관계가 파탄 난다,
마리온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철학을 너무나 믿어서 결국 나쁘고 헛된 남자를 사랑하고 원했으며 결국 자신을 사랑했던 또 다른 남자를 비롯하여 잃게 되는 대가를 얻게 되었다. 폴린도 타지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자신만의 연애 철학을 세워나갈 때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로 자신의 사랑도 잃게 된다. 사랑으로 빚어진 새로운 인물 간에 만남에서 자신의 연애 철학은 결국 유동적이고 능동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과 연애 사상은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가 시작된 여름에 해변에서 가장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다섯 사람에 사랑은 파도처럼 쓸려나간다. 영화 오프닝에서 나온 크 레티 앵 드 트루아에 명언은 이 영화를 관통한다.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이 똑같은 수미상관에 형태를 띤 이 장면들은 마리온과 폴린 모두 정신적 성장을 이뤘지만 물질적으로 처음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을 한다.
-크 레티 앵 드 트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