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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22. 2023

반전의 매력:  기존 상식을 뒤엎는 손바닥 소설

<보콧짱 · ボッコちゃん> (호시신이치·星伸一)原作


  로봇은 잘 만들어졌다. 여자 로봇이다. 로봇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미인으로 만들 수 있다.

미인의 조건을 전부 모아 만들었기 때문에 완전한 미인으로 완성됐다. 약간은 새침하지만 그것도 미인의 조건 중 하나다.     


사람들은 로봇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인간과 같이 일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걸 만드는 비용이 있다면 더욱 효율적인 기계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데다가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도락(道樂)을 위한 취미로 만들어졌다.


로봇을 만든 사람은 ‘바(bar)'의 마스터였다.     

마스터는 집에 돌아가면 술을 마실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로서는 술장사 따위는 도구일 뿐, 자신이 마실 거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돈이야 술에 취한 사람들이 갖다 바치는 것이고 시간도 남아돌아 로봇을 만들었다. 완전한 취미였다.      


취미였기 때문에 정교한 미인이 만들어졌다. 진짜 인간의 피부와 똑같은 피부 감촉으로 분간이 안되어 오히려 외관상으로는 보통 인간보다 훨씬 정교하고 뛰어났다.   

   

머리는 백치에 가깝다. 그도 거기까지는 방법이 없었고 로봇은 간단한 대답정도만 가능할 정도였다.  움직임 정도도 술을 마시는 것 정도 밖에 못했다.


  그는 로봇이 완성되자 ‘바(bar)'에 들고 왔다. 그 바에는 테이블 좌석도 있었지만 로봇은 카운터 안쪽에 앉혀놓았다. 단점이 드러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새로운 여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일단 말을 걸었다. 이름과 나이를 물었을 때만은 분명히 대답했지만 다음은 곤란했다. 그래도 로봇이라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름은?”

“봇코짱”

“나이는?”

“아직 어려요.”

“”그러니까…….“

“아직 젊어요.”

  이 가게 손님은 수준 높은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누구도 이 이상은 묻지 않았다.   


“예쁜 옷이군요.”

“예쁜 옷이죠?”

“뭘 좋아해?”

“뭘 좋아할까요?”

“칵테일 마시겠어요?”

“칵테일 마실래요.”

  로봇은 술은 얼마든지 마셨다. 하지만 절대로 취하지 않았다. 미인인데다가 젊고 새침데기이다. 대답도 쌀쌀하다. 소문은 소문을 타고 손님들은 가게로 몰려들었다.


봇코짱을 상대로 대화도 하고 술도 마시고 봇코짱에게도 술을 권했다.      

“손님 중에 누가 제일 좋을까?”

“누굴 좋아할까요?”

“날 좋아해?”

“그래요. 당신을 좋아해요.”

“이번에 영화라도 보러가자.”

“영화 보러 갈까요?”

“언제 갈까?”

대답할 수 없을 때는 마스터에게 신호를 보내면 마스터가 중간에 끼어든다.

“손님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면 대부분 이치에 맞는 말이기 때문에 손님들은 적당히 대화를 그쳐준다.      


마스터는 가끔 웅크리고 앉아서 다리 쪽 플라스틱 관에서 술을 빼내 손님에게 내놓는다.

하지만 손님은 눈치 채지 못했다. “젊고 똑똑한 아이야. 속보이는 아첨도 하지 않고 술을 마셔도 술주정도 안하더라.”라는 소문이 나서 봇코짱의 인기는 점점 높아졌고 단골들도 늘어났다.   

   


그 중에 혼자 오는 청년이 있었다. 봇코짱에게 열이 올라 거의 매일 찾아왔지만 “항상 조금만 더 하면 ……”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연모하는 마음은 오히려 더해갔다. 그 때문에 외상값도 늘어나 결국 외상 빚을 갚기 어려워 집안의 돈까지 훔쳐오다 아버지께 심하게 야단맞았다.      


“두 번 다시 가지 말거라. 이 돈으로 외상값을 다 갚고 와라.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알겠느냐!"

청년은 외상값을 갚으러 바에 들렀다. 이번으로 끝이다 생각하고 자신도 마시고 이별의 의미라 해서 봇코짱에게도 실컷 권했다.   

   

“난 이제 더 이상 못 와.”

“이제 못 온다고요?”

“슬퍼?”

“슬퍼요”

“사실은 그렇지 않겠지?”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너 만큼 차가운 사람은 없을 거야.”

“당신만큼 차가운 사람도 없을 거예요.”

“줄여줄까?”

“죽여주세요.”

 그는 주머니에서 약 봉투를 꺼내 글라스에 넣고 봇코짱 앞에 내밀었다.

“마실래?”

“마실래요.”

청년이 보는 앞에서 봇코짱은 잔을 비웠다.

청년은 “그래! 맘대로 죽어버려!”라고 내뱉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요. 맘대로 죽을게요.”라는 봇코짱의 대답을 뒤로 하고 청년은 마스터에게 돈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갔다. 밤이 깊었다.     


  마스터는 청년이 문밖으로 나가자 남아있는 손님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쏘겠습니다. 마음껏 드시면서 즐기시기 바랍니다.”

한 턱 내겠다고는 했지만 술은 전부 봇코짱의 플라스틱 관에서 나온 술이었다. 더 이상 손님이 올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마스터는 인심 좋게 한번 쏘기로 한 것이다.

“와~  브라보!”

“좋아, 좋아~!”

손님도 종업원도 모두 다 건배했다. 마스터도 카운터 안에서 술잔을 들어 올려 원 샷을 했다.    

 

그날 밤, 바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계속해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돌아가지 않았고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라디오도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멘트를 남기고 조용해졌다.


봇코짱은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중얼거리더니, 누가 말을 걸어올까 하고 새침한 모습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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