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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31. 2023

일본 소설 : 빙점(氷点) 속으로

<인간의 원죄를 말하다>


1. 작품의 탄생배경


어느 일본의 평범한 가정주부가 구멍가게를 냈답니다. 이 가게가 친절하고 물건은 정직하게 판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는데요.  

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고 급기야는 트럭으로 물건을 사들여야 할 규모가 되어 버린 거죠.

그런 반면에 다른 가게는 차차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부인은 주문하던 것을 삼가고 물건의 종류를 줄여나갔고, 또한 손님이 물건을 찾으면 건너편 가게를 소개시켜 주었다고 해요.    

 

줄어든 수입 대신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부인을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세상에 나온 책이 유명한 ‘미우라 아야코’의『빙점』입니다.


작품은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이유와 용서의 과정을 그린 소설로, 죄 속에 살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그리고 있는데요. 작가는 자신의 죄와 나약함에 직면하는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죄의식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답니다.


그럼, 작가가 갖고 있는  인간의 원죄에 대한 고뇌가 작품 깊숙히 녹아있는 소설 『빙점』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 작품 『빙점(氷点)』줄거리


작품엔 아빠인 '게이조(啓造), 엄마 '나쓰에(夏枝), 아들 '토오루(徹), 양녀 '요코(陽子)' 아들의 친구 '기타하라(北原)'등장하는데요.


게이조는 의사이자 병원 장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며, 부인 '나쓰에'는 고생없이 부유하게 자란 누구나 인정하는 얌전하고 고상한 부인이예요.


하지만 이들에게는 원래 딸 '루리코(ルリ子)'가 있었지만 '사이시(佐石)'라는 남자에게 목졸려 살해당하게 되지요.


이후 이 사건은 상상도 못할 증오와 배신, 질투, 죄책감 등을 불러오는 씨앗이 되어 작품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는 요인이 되는데요.


의사 게이조는 3살 된 딸 '루리코'가 아내가 '무라이 야스오'와 밀회 중 '사이시'에 의해 살해를 당하자. 남편은 나쓰에를 원망하고 자신을 괴롭히며 혼자 끙끙 앓고있으면서도 자신의 질투심을 숨기고만 있지요.


죽은 루리코 대신 여자아이를 입양시켜 달라고 조르는 나쓰에에게 남편 게이조는 이 사실을 비밀로하고 살인범의 딸로 알려진 어린 여자아이를 입양한답니다. 그리고 마음의 상실감을 대체하고자 입양을 원했던 부인 나쓰에를 향한 복수를 결심하는데요.


여자아이는 요코라는 이름으로 이후 부인 나쓰에의 애정 속에 밝고 순수하게 커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부인 나쓰에는 요코를 입양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남편의 일기를 통해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되는데요.


그동안 정성껏 키운 아이가 친딸을 죽인 살인범의 자식이었다니,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남편을 향한 또 다른 복수를 생각하지요.  


소설은 이렇게 '요코'라는 여자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남편 '게이조'의 심리변화와,  부인 '나쓰에'가 남편 게이조의 일기를 보고 자신이 입양해 잘 키워온 요코의 출생에 관련된 비밀을 알고 잔인하게 '요코'에게 폭로를 하는데요.


이렇게 작품은 장면  곳곳마다  미세한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파헤치는 장치가 놓여있답니다.


제목의 '빙점'이란 뜻과 같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그 한계점에서 용서를 생각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이야기랍니다.



시간은 흘러 아름답게 성장한 요코는 심지가 굳고 사려깊은 데다가 우등생으로 졸업식 사까지 맡게 되지만, 이런 양녀를 보면서 나쓰에는  요코를 목졸라 죽일뻔하기도 했고,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적어 넣은 종이를 몰래 빼내 없애 버리기도 한답니다.


그간 키워온 정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에 견딜 수 없는 복수만을 생각하는 양엄마의 모습뿐이지요.


게다가 아들의 친구 키타하라(北原)가 요코(陽子)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에 질투를 느끼고 그에게 추태를 던지면서까지 요코의 길을 가로막는데요.


한편, 요코는 자신이 양부모의 친딸이 아님을 깨닫고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밝게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요코는 자신의 마음에도 그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빙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요.


마침네 요코는 유서를 남기고 눈이 쌓인 찬 겨울 강가로 나가 음독자살을 시도하지요.


하지만 양녀의 죽음보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 걱정스러웠던 나쓰에는 요코가 사실은 살인자의 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됩니다.


한편. 요코는 우연히 자기 자신이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고 자기를 낳은 친어머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이 깊어지면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로 인해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고 마는데요.


 그래서 끝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기로 결심하고  추운 겨울 날 눈 덮인 언덕길을 오르게 된 것이지요. 높은 언덕에 오른 요코는 하얀 눈길 위에 남겨놓은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한번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의 발자국을 보는 순간 분명히 자신은 똑 바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앞만 향해 걸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눈 위에 찍혀있는 자신의 발자국은 뚤어지고 흐트러진 발자국이었지요.


요코는 인생을 바르게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고, 자기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요코는 이 일로 인하여 그동안 용서할 수 없었던 자신의 친어머니를 용서하게 되지요.



3. 빙점이 시사하는 것들


작품은 나쓰에의 원망과 복수심, 질투라는 감정에 이입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변한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자기 아버지의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그걸 못견디고 자살까지 결심해야만 했을까요.


그래서 사람의 확신이란 것은 때론 허무할 수 있고, 아무리 선한 사람도 어떤 계기에 의해 극단적으로 틀어진 삶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렇게 이 작품은 인간이 존재함에 있어 어떤 한계점을 보여준 소설이라 볼 수 있답니다.


 빙점(氷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요코의 마음이, 마침내 얼어붙는 순간을 나타냅니.

그 원인은 단순히 계모에게 심한 처사를 당했다는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는 원죄를 깨달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요.


이어지는 작품 『속 빙점』에서  요코는 친아버지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말을 들어도 자신의 출생에 관해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되는데요. 마지막에 요코는 인간의 죄를 진정으로 용서 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답니다.


자신을 두고 양아버지에게 아내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받아들여졌지만, 요코는 실제로는 무관한 인물이었으니까요.


여기서 양아버지 게이조는 병원의 경영자이며 내과의사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온후한 인격자로 통하지만 속물적인 내면을 지닌 인물이라 볼수 있죠. 


아내에 대한 복수를 하기위해 살인범의 딸 이라 생각하는 요코를 데려올 정도로 말이죠.


이 소설은 각 방송국에서 인기 드라마로도 여러 번 재방영 되었는데요.

본래 요코의 생사를 밝히지 않은 채 완결될 예정이었지만 요코를 살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속 빙점'까지 쓰여졌다고 하네요.


이 작품을 기념해, 2011년 4월에는 작가 '미우라 아야쿄(三浦綾子)'가 살던  '아사히가와(旭川市)'에  소설 제목을 딴 '레이텐바시(氷点橋)'라는 다리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일본의 국민작가란 말에 걸맞게 이 작품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중 인가의 원죄라는 기독교를 대표하는 소설로 일본인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랍니다.


출처 : 야후재팬 (氷点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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