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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May 22. 2022

대학원생의 너무 많아져버린 부캐들

세상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부캐라는 말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건 유재석 씨가 <놀면 뭐하니>에서 본캐인 국민 mc의 모습에서 탈피해 다양한 콘셉트로 예능을 진행해나가면서부터였다. 유재석 씨는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사람도 새로운 분야를 갈고닦는다는 게 참 대단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부캐 전성시대!

이제는 본업에 올인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주변인들만 봐도 다들 본업 외에 개인 프로젝트나 sns 운영 한두 개 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 취미생활도 어찌나 열성적으로들 하는지. 본업은 저 사람에겐 그저 수단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라는 다채로운 사람을 어떻게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회사에서는 그 직무를 하는 직원으로 규정되지만 난 사실 여기도 흥미를 가지고 있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인데! 또,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은 또 그중 하나에 타격을 입어도 다른 "부캐"들이 완충작용을 해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사실 대학원에 들어오면 모든 일의 우선순위 꼭대기에 있는 게 연구일 수밖에 없다. 지당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생활의 모든 게 대학원 일이 되는 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집과 연구실만 오가는 생활을 하라고? 관심분야가 사방팔방에 걸쳐 있는 내가? 대학생 시절 1년에 두 번씩 공연을 뛰고 소모임도 한 번에 세 개씩 하던 내가? 연구만 하면 아마 나는 답답함과 스트레스에 질식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는 (비록 대학원생이지만) 일도 취미도 부업도 모두 잡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생각했던 멋진 어른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생"이라는 본캐 이외에도 욕심껏 부캐들을 키워보기로 작정했다.

스터디를 짜서 공모전에도 나가보고,

독서 모임도 만들고,

각종 악기를 배우고 공연을 뛰고,

운동도 배워서 꾸준히 해보고,

sns에 글도 쓴다 (브런치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관심분야 공부도 해서 학위 따는 것도 버킷리스트에 있는데 이건 석사 몇 학기 차가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니 제쳐두자.


아, 이게 뭔 부캐예요 그냥 자기 계발이지!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다. 대학원 코스웍 외에 하는 일은 다 부캐가 맞다고 박박 우길 거다.






살다 보니 지인에게서 <몸이 다섯 개쯤 되는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나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다.


그렇다 해도 나는 늘 내 본캐는 대학원생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여전히 내 명함의 가장 위에 적혀있을 한 줄은 대학원생일 것이며, 지금 가장 애정을 품고 있는 대상은 내 연구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기행을 벌일 리 없다.


부캐를 열심히 가꾸되 본캐가 삶의 중심인 사람이 내가 지향하는 목표점이다.

본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부캐에서, 부캐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본캐로 중화시키는 다채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뛰어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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