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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Nov 25. 2022

어쩌겠어, 그래도 해야지

나에게 보내는 응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회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충동이 확실히 남들보다 강한 편인 것 같다. 스스로에게 버거운 잣대를 들이대는 완벽주의 성향과 주변의 과도한 기대. 모든 것이 한 번에 밀려오는 날이면 나는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된다.


나에게 너무 중요해서 우선순위 가장 앞에 위치하는 일들은 피하고 싶어졌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바라는 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떡할지 너무 걱정이 됐다. 나는 나에게 변명거리를 남겨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패배를 상정하고 시작하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될 때까지 미루다가 마지막에 질질 울면서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게 내 오랜 버릇이기도 했다.






오랜 버릇이 고쳐지려면 큰 충격을 받아야 한다. 나에겐 그게 입시였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나는 그 대가를 달게 받아야 했다. 고3 때 열심히 공부하는 '척'을 했던 나는 다시 한번 입시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참 힘들었던 그 시절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피한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형태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다시 지금, 대학원생.

대학원 생활을 하며 연구가 힘들 때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도 많았다.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여전히 도망치고 싶다. 하기 싫다고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징징거리는 게 일상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끝에는 결국 "하지만 그래도 해야지."라고 말하는 점이라고 해야 하나.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다. 하기 싫다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오직 하는 것.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에세이 말마따나 조금 쉬어도 괜찮고 도망쳐도 괜찮다. 다만 조금 물러났다가 다시 마주해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루어야만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내도록 하자. 더 이상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맞이한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 글은 요 며칠간 고생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나에게 보내는 글이다.


조금만 속상해하고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기를.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를.

이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난 뒤에 나는 좀 더 단단해진 사람이 되어 있기를.


그러니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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