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국제 학회

마음 떨리는 도전의 자리

by 웨지감자

학회 이후 이코노미석에서 12시간가량 비행해서 아주 지친 몸으로 한국에 돌아오니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하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 하며 학회 장소와는 사뭇 다른 고향의 여름이 다가왔다. 나는 시차 적응에 실패하고 몸살감기를 얻어 허덕였다. 도저히 이 컨디션으론 누워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없겠다 싶어 며칠 동안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의 반복. 열이 올라 붕 뜨는 마음으로, 나는 학회에서 느낀 점이 머릿속을 떠나기 전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첫 국제 학회에서와 두 번째 학회에서 느꼈던 점은 사뭇 달랐다. 석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학회에서 만난 연구자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학회는 누가 관심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지, 어떤 학교에서 연구 분야를 많이 밀어주고 있는지 파악하기에 매우 좋았다. 나는 관심이 가는 연구가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서 연구자들과 교수님들의 성함을 기억해 두려고 했다.


첫 학회에서는 마냥 신기해하면서 학회장을 돌아다니고, 안 그래도 어려운 말들을 영어로 들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꾸벅꾸벅 졸고 질문은 할 줄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나는 고작 한 학기 대학원 생활을 한 거의 갓난아기나 다를 바 없었다. 당시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웰컴 리셉션에서 마시는 술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는지 이번 학회에서 나는 능숙하게 학회장을 누비고 다녔다. 발표도 전부 듣지 않았다. 과감히(!) 필요한 세션만 들으면서 에너지를 비축해 두었다가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관련 분야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사진을 찍어대고 질문했다.


이번 학회는 또한 처음으로 내가 온 마음을 쏟아 이루어낸 연구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이는 자리였다. 남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는 국제학회에 괜한 호들갑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국제학회 발표는 로망이었고, 마음 떨리는 도전의 자리였다.

내가 아직 고작 두 번 국제학회에 참가했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내 변화된 모습이 아주 만족스럽다. 고작 1년 만에 많이 발전했구나. 그동안 부지런히 공부하고 성장했구나. 학회를 다니면서 노트에 빼곡하게 <언젠간 해 보고 싶은 연구>를 적었다. 점점 하고 싶어지는 게 많아지던, 연구 의욕이 샘솟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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