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 그릇 크기는 어느 정도 일까? 책을 읽어 가며 반성 아닌 반성이 되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은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폭포수처럼 화를 쏟아 낸다. 그들에게 던져진 말이 원인이 아니라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그릇 차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게 공감이 간다. 전문가는 다르다는 느낌을 줄 만큼 책은 소통과 대화에 대한 박학함과 해석이 뛰어나다. 책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마음으로 들어간다.'라는 서양 속담으로 첫 장을 연다.
말을 담는 그릇에 비유한 표현은 명확한 목표를 준다. 타인을 탓할게 아니라 내 말 그릇을 일차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처럼 넓은 말 그릇을 가진 사람과 술잔만 한 종지 크기의 말 그릇을 가진 사람의 인간관계는 다를 것이고, 삶도 다를 것이다. 출렁이는 인생의 바다에 말 그릇이 배가 되어 폭풍 속에서도 안전함을 느낄 것이고 바다의 아름다운 정경을 볼 여유와 안목을 갖게 해 줄 것이다. 말이 가지고 있는 그 질긴 생명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어릴 적 들었던 칭찬과 겪려의 말과 반대로 억울하게 당한 비난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말의 생명력을 증명해 준다. 말하기는 기술이 아니라 매일매일 쌓아야 하는 습관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삶의 기술 중 가장 유용한 능력 중 하나가 잘 말하기는 아닐까? '말은 당신의 내면을 닮았다.'라는 말에 일상에서 뱉어내는 말을 다시 한번 점거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말은 언어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자 삶과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말을 도구로만 다루지 말고, 나 자신으로 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을 이해하는 충분한 시간과 약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가장 핵심인 글귀 같다. 말이 나라는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다. '말은 살아 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씨를 뿌려 열매를 맺기도 하고, 마음을 더 소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말은 당신과 함께 자라고 당신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말은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정확히 보여 준다.' 참으로 값진 교훈이다. 그래서 책을 스승이라 했나 보다.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다고 삶의 고수가 될 수 없다. 그 개별성 때문이 아니라 공부를 통한 지속성이 없어 삶의 고수라는 타이틀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
말 그릇이 큰 사람은 말을 소통과 갈등 극복 그리고 타인의 이해를 위해 쓸 수 있는 힘이 있다. 말 때문에 외로워지는 사람들은 내면의 말 그릇을 다듬는 게 우선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듣기 위해서는 우선 말 그릇이 커야 하고 내 말 그릇을 키우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즉, 나를 알아가고 난 후 말 그릇을 키우고 그리고 듣기를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한 자신의 삶을 질문하라고 제시한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 우리에게는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은 화살표가 있기 때문에 조준점이 명확하다.' 결국, 나의 내면을 알고 말 그릇을 키워 타인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는 경청을 통해 삶에 대한 명확한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 인생의 그림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 저자의 책 흐름이 이 순서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잘 전달된다.
나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긍해줄 수 있는 방법이 우선이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감정이 올라온다. 그 출현을 느끼고 이를 자각하며 보관하고 잘 조절해서 표현하여 완결할 수 있어야 나의 감정들이 제 역할을 한 후 깨끗이 사라진다고 한다. 진짜 감정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진짜 감정 속에 속내 욕구, 목표가 숨겨져 있어 어떤 감정의 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것과 닮은 말이 따라온다고 한다. 마음과 다른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진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습관처럼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감정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대가 없이 주어진 선물이지만, 건강한 상태로 잘 사용하려면 약간의 관심이 필요하다..... 평생의 친구를 대하듯이 조금씩 알아가는 게 좋다.'
소통에 대한 이야기는 지혜롭다. 모든 사람은 머릿속에 자신만의 공식이 있다고 한다. 그 배경은 인간성과 우열이 아니라 경험과 공식이라는 것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공식을 가진 삶과 엄무를 중시하는 공식을 가진 사람이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례도 이해를 돕는다. 타인과 다른 공식을 불편해할 것이 아니라 그 다양함을 즐기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너도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은 당신의 말 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성숙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람마다 가진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방을 고치고 싶어 하는 교정 반사를 무의식적으로 행한다. 특히 자식에 대해서는 더욱 그런 욕심을 부리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3F(fact:사실 듣기, Feeling: 진짜 감정 확인, Focus:핵심 듣기)를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제대로 된 소통법을 알게 될 것 같다. '찰나의 눈빛과 한마디 말에도 반응하는 사람 앞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된다.... 한 사람의 세상 속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다. 그것을 참지 않고 알아줄 수 있는 사람만이 환영받는 법이다.'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연습은 중요한 습관이다. '질문은 답을 만들고, 답은 선택을 만든다. 선택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즉 매일의 질문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셈이다.' 그녀의 명석한 해안들이 이 한여름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같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꺼내는 질문이 나의 기분과 행동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에도 공감이 쉽게 간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것을, 나도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다. 상대방과 대화하는 중에 이런 마음들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면 그 보다 더 기쁜 선물은 없을 것이다. 질문은 바로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말속에 담긴 진심을 이해하고 질문을 통해 제대로 된 소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꼭 실천해 봐야겠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것, 과거에 잘했던 것, 앞으로 바라는 것에 대하여 말할 수 있게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할 때 필요한 것은, 높은 수준의 화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라는 말에 반성을 해본다.
'적절한 순간에 침묵하고, 경청하고, 질문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세련된 말하기 기술인 셈이다...... 이해받으려 하기 전에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써 말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인정과 성격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그것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는가를 돌아보는 것, 말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아마도 이 두 가지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도 책을 통해 삶의 명언을 발견한다. 세련된 말하기 기술을 갖고 싶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언어를 써야겠다. 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내 말 그릇이 세상을 담을 만한 크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