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지속 가능한 삶, 비건 지향] 미지수

by 조윤효

선택의 권리 보다 알 권리가 우선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비건은 선택인 줄 알았었다. 동물에서 착취한 어떤 것도 먹고, 입고, 소비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선택이 가끔 들려온다. 그들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저자는 비건이 되는 과정을 14단계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마치 늪처럼 서서히 빠져들어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리고 일상에서 행동이 바뀌게 된다. 일주일 식단에서 고기 비중이 줄고 콩과 두부 그리고 야채의 비율을 올리게 된다. 그녀의 이름의 뜻이 ‘빼어나게 알라’라는 한자의 의미가 책에서 여실이 나타난다. 비건이 되면서 공부한 책과, 비디오, 영화등 그녀의 농도 깊은 공부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비건이 되기 위한 1단계로 마음의 준비를 이야기한다. 고기와 우유, 계란은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하루 3끼 현미밥만 먹어도 그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믿음에 대해 의심이 첫 단계다.


2단계로 어떻게 비건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비교적 쉽게 비건 음식들을 구입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채식주의와 비건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단계에서는 비건식을 소개하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다. 다시마나 버섯 가루, 콩으로 만든 마요네즈, 액젓보다는 국간장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지속적 단백질 공급을 위해 약콩을 물에 담근 후 소금 넣고 끓여 통에 담아 두었다. 단백질이 부족한 듯한 날에 한 숟갈씩 샐러드에 고명처럼 올려 먹어 보니 제법 깊은 맛이 난다.


비건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4단계의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생명 존중’이라는 그 가장 고귀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죄 많은 인간을 사하여 주십시오’라는 기도문을 보고 들으면서, 조금은 의아해했었다. 모든 인간을 졸지에 죄인들로 취급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세상 아래 죄짓지 않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것 같다. 소개된 책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책 제목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육식 주의가 일반화된 시대에 ‘육식은 정상이고 자연스럽고 필수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육식은 정당하다’라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힌 시대의 문제가 보인다.


5단계에서는 동물을 이용해 실험한 제품을 만든 회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를 보면서 인간들의 전쟁역사나 다른 종족에 대한 잔혹한 학살에 쉽게 흥분했지만, 인간이 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저질러온 만행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비건들은 동물 생체 실험을 하지 않은 상품을 알려 주는 토끼 모양의 크루얼티 프리 Cruelty-free제품만 사용한다고 한다. 세상 어떤 명품 브랜드 보다 고귀한 상표가 그 하얀 토끼를 담은 상품이 아닐까.


6단계에서는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해 준다. 산호초의 50%가 파괴되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그 심각성을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플랑크톤을 비롯해 각종 어류들이 이미 오염이 되어 수산물의 섭취를 꺼리는 사람들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인간의 먹거리로 생각하기보다는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생명체로 ‘물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자는 저자의 마음이 따뜻하다. 인간의 급격한 발전으로 바닷속에 미세한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고 물살이들이 매일 먹고 있다. 쉼없이 오염된 물살이를 잡는 어류 산업과 바다의 정화 작용을 과대 해석해 끊임없이 핵폐기물 같은 물질들을 쏟아내는 인간들을 신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류 진화를 역으로 올라가다 보면 ‘어류’는 살아있는 조상이라고 한다. 조상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느끼 시지는 않을지......


7단계에서는 생명 존중의 범위를 넓혀보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벌들이 생존을 위해 만드는 꿀을 더 많이 뺏기 위해 억지 설탕물을 먹인다. 토종벌들이 38만 종에서 2만 종으로 줄어든 가장 큰 이유가 인간이라는 천적 때문이라는 것이다. 꿀을 즐겨 먹었었는데 이제는 부러 사지 않아야겠다. 세계 주요 농작물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지 한다고 하는데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여름 꿀벌이 없어 열매가 맺지 않은 수박 때문에 엄마가 직접 수분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서서히 다가오는 재앙은 그 위험성이 작아 보이지만, 어느 순간의 인간의 편안한 삶을 송두리째 뺏아 갈 수 있음을 알 것 같다. 팜유가 들어간 제품도 그로 인해 돈을 버는 회사들의 행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도 알 것 같다. 오염된 공기를 자동 정화하는 숲을 팜유 생산을 위해 겁도 없이 파괴하는 인간의 욕심이 한계 선을 넘어선 듯하다.


8단계에서는 동물을 관찰해 보라고 조언한다. 집에서 키우는 개처럼 소, 돼지, 닭들의 생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만의 세계 질서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닭은 예민한 동물로 사회성이 뛰어나 90마리까지는 서로 서열을 정한다고 한다. 또한, 시간 차이를 의식할 수 있고, 24~30가지의 소리를 구분한다고 한다. 옛날 시계가 없던 시절 새벽을 알리는 동물이 닭이었다. 돼지는 자신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진흙으로 몸을 비비고, 먹을 양만큼만 먹는 절제력과, 먹는 장소와 싸는 장소를 구분하는 동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 얻기 위해 빛도 들어오지 않은 좁은 장소에 가두고 억지로 사료를 먹이고 항생제를 먹이면서 그들의 깨끗한 생활방식은 이미 문어 졌다.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에 대한 눈물을 들은 적이 있다. 소는 등치는 크지만 유순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이라고 한다. 덩치가 클 뿐 반려 동물처럼 함께할 수 있다는 말에 소를 키우는 아빠 생각이 났다. 자식 다루듯이 어루만지고 소통하셨던 거였다. 엄마가 아빠에게는 '소 다음이 자신' 이라고 말했던 엄마의 푸념에는 이유가 있었다.


9단계에서는 비건의 시초가 페미니즘이었음을 알려 준다. 인류 역사가 남성이 여성을,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던 시절에서 한 단계씩 발전해 왔다. 피해 집단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은 피해받는 사람의 고통과 감정, 권리를 무시하고 부정해 왔다. 태도와 방식에 있어서 사람이 동물에게 가하는 억압과 닮아 있다. 성차별과 인종 차별이 부당하듯이 종을 차별하는 것도 부당함을 이야기한다.


어떤 동물은 먹어도 되고, 어떤 동물은 먹으면 이상하고, 어떤 동물은 사랑하는 것처럼, 동물의 종을 나누어서 차별하는 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인종 차별은 그 대상만 다를 뿐이지 서로 이어져 있다.’


페미니즘에서 시작된 비거니즘이 이해가 된다. 동물 중에도 유독 암컷에게 자행되는 학대를 조용하게 들려준다. 억지로 젓을 만들게 하기 위해 주사를 놓고, 한 달에 한번 낳는 알을 더 많이 더 빠르게 낳게 하기 위해 암탉들에게 가해지는 공장식 사육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10단계와 12단계 까지는 미니멀 라이프 사고와 닮아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 제목처럼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은 많지 않다. 소비는 더 큰 소비 욕구를 부르고, 그 물건들은 나의 시간을 뺏기도 한다. 제대로 살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전 세계 온실 가스의 51%가 축산업 때문이라는 말에 인간의 탐욕이 재앙을 부를 것 같아 두려워진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에 대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꼭 필요한 것은 이미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만이라도’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 낭비와 쓰레기를 줄이고 깨끗한 지구에서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날을 꿈꾸게 만든다. 식단의 변화를 부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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